'늑대복제' 논문 연구부정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대가 늑대 혈청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병천 교수(수의산과학)의 '늑대복제' 논문을 조사 중인 연구진실성위원회는 복제 실험에 체세포를 제공한 암컷 회색늑대 '누리'의 혈청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9일 논문 검증을 위해 복제늑대 '스널프ㆍ스널피'와 체세포 공여 늑대 '누리'를 키우고 있는 서울대공원에 이들 늑대의 혈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공원 쪽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혈청 확보는 논문 가운데 복제 늑대 2마리와 체세포 제공 늑대 1마리 등의 염기 서열을 비교ㆍ분석한 '표2'에 데이터 오류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유전자 분석으로 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한 필수 단계다.
서울대는 1차 예비 조사용으로 이 교수 연구실에 있는 이들 동물의 혈청을 확보해 외부 기관들에게 검사를 의뢰한 데 이어 서울대공원에서 사육 중인 늑대 3마리에게서 직접 혈액을 채취해 2차 예비조사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은 혈액 채취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야생 동물의 혈액을 채취하려면 마취를 시켜야 하는데 출산예정일이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누리'를 섣불리 마취시켰다간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서울대공원의 설명이다.
다만 '스널프'와 '스널피'는 복제된 늑대이어서 야생성이 없기 때문에 마취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회색늑대의 번식 기술 발전을 위해 지난 2월 '누리'에게 인공수정을 시킨 바 있다.
서울대공원은 작년에도 사육 중이던 회색늑대 1마리에게 마취 주사를 놨다가 쇼크사한 일이 있어 서울대의 혈액 채취 요청에 선뜻 응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서울대가 혈액 샘플을 요청해 왔지만 마취는 되도록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논문 의혹 조사를 두고 '이 교수 연구실에서 확보한 샘플만 검증해서는 믿을 수 없다'며 늑대와 개에게서 직접 샘플을 채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차 예비조사에 필수적인 늑대 혈청 확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국양 연구처장은 "야생 동물에게서 샘플을 채취하려면 마취를 해야 하는데 서울대공원의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어서 고민"이라며 "다른 샘플 채취 방법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늑대 피를 뽑으려는 서울대와 가뜩이나 10여마리밖에 없는 늑대 가운데 암컷 한 마리를 잃을까봐 노심초사하는 서울대공원 간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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