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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필요하다" 막말하는 경제학 교수

100분토론 출연한 이한유 교수 주장에 누리꾼 '시끌'

"비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금융실명제는 필요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공중파 방송을 탔다. 주장의 당사자는 영남대 금융경제학부 이한유 교수다. 이 교수의 '놀라운'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 사이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 활동 위해 비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24일 밤, <문화방송>의 간판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토론"은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안을 주제로 김용철 변호사와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를 패널로 초대했다. 반대측 참가자로는 이승환 변호사와 이한유 교수가 참석했다.
▲ 100분토론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프레시안

방송이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여론의 관심은 단연 김용철 변호사에게 쏠려 있었다. 삼성의 비리를 내부고발한 김 변호사가 직접 토론에 참석한다는 상징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방송이 진행되자 삼성측을 옹호하는 입장의 토론자로 나선 이승환 변호사와 이한유 교수에게로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두 사람이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이한유 교수의 주장은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투명성만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며 "비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예로 들며 "노조의 파업으로 하루 손실액이 1000억여 원에 달하는데 지난 10년 간 불법파업이 일어나도 정부에서 막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은 자구책으로 비자금을 마련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정치인이나 관료 등 '유능한' 사람에게 기업이 '지원금'을 주는 것이 우리나라 특성상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이 노조를 공격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비자금을 수수하는 정치인을 '유능한' 사람이라고 칭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노조의 파업을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 방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도 다르다.

이 교수는 여기서 한 술 더 떴다. 지난 1993년 입법화한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도 그는 "굳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역시 불법적이지 않다는 말이 된다. 조준웅 특검이 특검 결과를 발표할 때 기자들에게 "차명계좌는 당신들도 갖고 있지 않나"고 말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던 일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지탱하는 법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말이다.

누리꾼 '황당', '허탈'…"이게 우리 현실이다"

이 교수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을 당황케 했다. 토론 도중 이 교수의 '황당한' 주장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시민논객의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한 시청자는 이 방송의 '전화의견' 시간에 이 교수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어떻게 이런 분이 상식적인 자리인 토론회에 나올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방송이 끝난 후 인터넷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는 다양한 의견이 속속 올라왔다. 많은 누리꾼이 "저 교수 밑에 학생들이 불쌍하다"며 이 교수의 논리를 학생들이 배우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이한유 교수와 이승환 변호사의 삼성 옹호 논리가 '너무 군색하다'며 토론회 참석자를 잘못 고른 <문화방송>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 누리꾼(moon)은 "삼성측을 옹호할 사람을 섭외하기 힘들었다면 사정을 얘기하고 방송을 하지 않는 게 옳았다"고 했다.

교수와 변호사 등 지식인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억지 주장을 하게 되는 현실을 개탄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한 누리꾼(북새통)은 "백분토론을 보니 앞으로 대한민국은 암담하다"는 글에서 "왕조시대 경영학을 배운 듯한 사람이 나와야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의 경영구조를 대변할 수 있다"며 허탈해 했다. 다른 누리꾼(싸나이)도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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