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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牛'…농민들 가슴에 한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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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恨牛'…농민들 가슴에 한이 맺힌다

1만여 농민 과천청사 앞 집회…"이명박 탄핵" 주장도

한우 농가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를 외치며 정부와의 투쟁을 선언했다.

24일 오후 1시, 전국한우협회의 주최로 모인 약 1만 1000여 명의 농민은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지역 단위로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북에서 4000여 명이 참석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집회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해 온 강기갑 의원과 한국생협연합회(ICOOP) 소속 김은혜 부천생협 이사장 등도 참석했다.

약 세 시간가량 진행된 집회 뒤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는 한우 농가의 요구 사항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하려고 청와대로 향했다. 평화적 집회를 유도한 진행진의 요구로 우려했던 경찰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농민의 공적이 된 MB

집회에 참여한 농민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쇠고기 수입 결정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남호경 한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굴욕적인 협상을 이행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을 중단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한우 산업을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회장은 또 "농민의 희망을 빼앗아 부자들 배를 불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신물이 난다"며 한우 농가를 포함한 온 국민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투쟁을 제안했다. 남 회장은 선언문을 통해 한미 쇠고기 협상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를 정부에 요구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진명호 한우협회 익산지부장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정부가 힘없는 농민을 밟아 뭉개고 있다"며 "물길을 막아 물고기를 죽이듯이 (정부가) 한우 농가를 죽이려 한다"고 외쳤다. 진 지부장은 이어 "한우 농가는 소를 키우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며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 조득례 한우협회 안동시 사무국장이 과천 정부청사 앞에 모인 농민 앞에서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프레시안

한우협회 안동시 사무국장인 조득례 씨는 정부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일제 '황국 신민화 정책'에 비유했다. 조 국장은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나서 미국의 '신민'이 된 사람들이 관료가 됐다"며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미국 축산 업계의 배를 불리는 정책을 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미쳐버린 것 같다"며 "어찌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광우병위험물질(SRM)이 든 고기를 우리 국민에게 먹으라고 할 수 있느냐"고 외쳤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 73두를 사육한다는 양재경(50) 씨는 "노무현(대통령)은 그나마 뼈가 나오자 3년을 버텼는데 이번 정부는 너무한다"며 "농민의 피를 빨아 경제인들만 먹여 살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의 축협조합장인 이해준 씨는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농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값싼 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민을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흥분한 농민 몇몇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강한 어조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비판 대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명박을 때려잡자"는 목소리가 행사 중간에 이어졌고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한우협회 충남 조합장인 이두원 씨는 아예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이 씨는 행사 끝 무렵에 진행자의 허락으로 연단에 올라 "이명박 대통령은 검역 주권을 미국에 내준 죄가 있으니 탄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외쳤다. 그는 또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며 "농민들이 정부에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잘살자고 하는 게 아니다. 10년, 20년 후 우리 후손을 위해 분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성 있는 대책 내놔야"

집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농가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참석자 대다수가 입을 모았다.
▲ 분노한 농민 1만여 명은 빠른 대책을 요구했다.ⓒ프레시안

진명호 익산지부장은 "정부가 뒤늦게 축산인을 달래려고 대책을 내놓고 있는 데 얄팍한 정치 수단에 불과하다"며 쇠고기 협상 무효화 선언과 함께 농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사료 값 안정 대책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번 협상을 '한우인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으로 규정하며 "공적 자금으로 기업인을 끌어안아 줬듯이 사료안정기금을 조성해 정부가 축산인의 아픔을 달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협회 의성군 사무국장인 이상운 씨는 "현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하나도 없다"며 브루셀라 보상비로 100% 환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밖에 사료 값 인하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송아지 생산안정제 기준 가격 상향 조정을 요구했다. 현재 정부는 송아지 가격이 155만 원 이하로 떨어질 때 차액을 농가에 보전해주고 있다. 농민단체에서는 이 기준을 170만 원 이상으로 올려주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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