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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인 당신,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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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인 당신,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지르나요?

직장인은 '시간도둑'?…"회사부터 법 지켜야"

한 일간지에 '직장 절도'라는 말이 실렸다. 직장인들이 업무시간을 낭비하는 게 '범죄'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사실상 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본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회사의 범죄 행위는 없을까? 노동자가 업무 시간과 회사 기물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가 범죄라면, 회사가 유·무형의 압력을 노동자에게 가하는 것 역시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 권력은 회사, 정확하게는 관리자가 쥐고 있다. 관리자의 인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비현실적인 법이 있다면 그 역시 바로 잡아야 한다. '게으른'(?) 노동자를 탓하는 건 다음 순서다.

노동자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22일 <국민일보>의 "개인적인 전화… 잡담… 흡연… 긴 점심시간까지 직장인들이 '시간도둑' 이라고?"라는 기사에 따르면, 사적으로 업무시간을 낭비하는 직장인이 전체 절반을 넘는다. 이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한 연구 결과다. <국민일보>는 이 보고서를 인용해 노동자의 잡담, 흡연 등은 '일탈' 행위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절도'와 다름없는 행위임을 은연 중에 암시했다.

물론 많은 직장인이 일탈을 한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일어나는 직원의 범죄 행각은 잊힐 만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공금유용, 직장 내 성희롱 등도 종종 언론 지면을 장식한다.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직장인을 잠재적인 일탈 행위자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점심때'가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일정 시간 근무 후 휴식 시간을 보장하게 돼 있다. 많은 회사가 이 '휴식 시간'을 몰아서 노동자들의 점심시간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점심 이외에 노동자의 휴식은 일탈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점심때 노동자들은 하루에 보장된 휴식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근로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기계처럼 온종일 일만 할 수는 없다. 회사와 법이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한 노동자의 어떤 행위도 보고서의 말처럼 '일탈'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원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법 조항으로는 우리나라 모든 노동자가 '나쁜 인간'이 된다"며 "노동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노동법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회사부터 법 좀 지키쇼!

노동자의 '일탈'을 운운하기 전에, 회사부터 법을 지켜야 한다. 정작 노동자들이 몸을 담은 회사에서는 법을 어기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

한 유제품 회사에서 일하는 진모(29) 씨는 "보통 오전 8시쯤에 출근해서 저녁 8시가 돼야 일이 끝난다. 한 달에 열흘 정도는 밤 10시까지 일한다. 하지만 연장 근무 수당은 한 달에 5일치로 고정돼서 지급된다"고 전했다.
▲ 노동자는 피곤하다.ⓒ뉴시스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 시간이다. 초과 근무가 필요할 때 회사는 통상 시급의 1.5배가량을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초과 수당 없이 주 40시간 이상 노동자를 직장에 붙잡아두는 것은 근로기준법 50조 위반 사항이다. 그러나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

한 화학·섬유업체의 명목상 근무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그렇지만 지켜지는 일은 없다. 이 회사 사무직인 김모(30) 씨는 "'고정오티(고정 오버타임)라는 게 있다. 하루 한 시간은 무조건 더 일한다. 굳이 오후 5시30분으로 퇴근시간을 정한 이유는 기본급을 낮추기 위해서다. 기본급이 낮아야 연봉 상승 폭도 줄어드니까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회사는 체육대회, 추가근무 등의 핑계로 주말에도 노동자를 괴롭힌다. 한 통신업체에 근무하는 임모(27) 씨는 "지난달에 이틀 동안 주말 근무를 나갔다. 자사 실적이 나쁘니 '자숙'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부장은 와서 잠만 자다 집에 갔다. 초과 근무 수당은 없었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는 회사 전화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실렸다. 하지만, 정반대로 회사가 전화 요금을 노동자 몰래 급여에서 공제하는 예도 있다. 유명 유통업체인 M사의 경우, 노동자들 몰래 수년간 전화비를 공제한 급여를 지급했다.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이다. 이 회사는 뒤늦게 생긴 노조의 항의에 슬그머니 전화비를 반환했다.

김종진 연구원은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사내 노동법 교육 등을 법제화해 근로자로서 알아야 할 노동 상식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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