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공기업 혁신? 기초부터 제대로 하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공기업 혁신? 기초부터 제대로 하자"

7대 공기업, 비정규직 차별해소 의무 등 '엉망'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혁신'이란 민영화나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참여연대는 더 중요한 공기업 혁신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이행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공기업의 CSR 이행 실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위원장 이병훈 교수)가 21일 발간한 '7대 공기업의 CSR 노동부문 실태보고서'는 공기업이 나서서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각종 복지혜택에서도 큰 차별을 두는 등 국제적 CSR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을 보여줬다.

'세계화' 추세와 바람에 따라 CSR이라는 낯선 용어와 관련된 논의가 국내에서 등장했지만, 국내 기업은 이를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과 동일시해 왔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백혈병 어린이 돕기'를 곧 CSR 이행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민간 기업보다 더 강한 CSR 이행 의무를 지고 있는 셈인 공기업의 실태를 특정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관련 기사 : "'삶의 질' 쥔 기업…'이미지 개선'에만 관심", '희망리포터 윤은혜'가 먼저 가야 할 곳은?)

"'안정적'인 공기업이 나서 정규직 자리에 비정규직 고용"

참여연대의 이번 조사 대상은 가스공사,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전력공사, 주택공사, 철도공사, 토지공사다. 참여연대는 2006년 자산규모 10조 이상인 공기업을 상대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 중 노동여건 및 관행부문의 14개 항목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우선 주목한 것은 최근 고용형태의 변화였다. 고용형태는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고용량은 큰 폭으로 증가해 총고용량에서 정규직 비율은 감소하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수자원공사였다. 수자원공사는 2007년 현재 2004년보다 정규직은 11.22% 증가한 반면 기간제는 89.60%가 늘어나 비정규직 증가폭이 정규직보다 8배나 높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주택공사는 비정규직 증가율이 정규직보다 3.4배 높았다.

참여연대는 "정규직 증가폭에 비해 비정규직 증가폭이 큰 것이 기업 내 일자리가 감소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력이 필요한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공기업이 민간 기업에 비해 더 안정적이고 튼튼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나온 기획재정부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공기업의 순이익률과 매출액 증가율은 국내 일반기업에 비해 더 높은 반면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참여연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고용창출은 이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며 "고용창출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즉 정규직을 창출해야 하는 공기업의 CSR 이행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더 열악한' 간접고용 비율, 30~40%"…도로공사, 절반이 비정규직
▲ 총고용량 대비 비정규직 비율에서 7대 공기업 가운데 1등을 차지한 것은 도로공사였다. 도로공사는 비정규직 비율이 54.91%로 2명 가운데 1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봄을 맞아 고속도로 주변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는 도로공사 노동자들의 모습. ⓒ연합뉴스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더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은 조사대상 공기업이 모두 총고용량의 30~40%에 달했다. 가장 비율이 높은 곳은 도로공사로 총고용량의 41.31%가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이었고, 전력공사(35.42%)가 그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는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 수준에 놓여 있는 이들에 대한 법적 의무가 명확하게 원청 기업에 부여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도 기업의 이해당사자 중 하나로 기업은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모두 합한 비정규직의 총고용량 대비 비율도 도로공사가 54.91%로 가장 높았다. 도로공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2명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말이다. 전력공사(36.12%), 주택공사(20.33%)의 순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은 철도공사로 14.67%였다. 토지공사의 경우 비정규직의 92.3%가 여성인 점도 눈에 띈다.

또 비정규직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참여연대는 "20~30대의 청년층에서 정규직 고용량은 감소하고 기간제 고용량은 증가추세에 있었다"고 밝혔다. 또 50대 이상의 비정규직 비율도 증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약한 20대와 50대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메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법은 "차별 해소"하라지만 공기업도 '그건 그냥 법이고…'

현행 비정규직법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를 규정하고 있다. 또 GRI 가이드라인은 CSR의 이행 지표 가운데 하나로 비정규직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정규직에게만 제공하는 복지지원 현황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에서도 차별은 여전했다. 임금은 당연히 낮았고 각종 복지혜택에서도 차별이 존재했다. 그나마 법적 의무가 있는 건강보험 등 4개 보험과 직장 내 보육시설 제공 의무는 비정규직도 그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적 규제가 없는 복지혜택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특히 자녀 학자금 지원 및 융자의 경우 조사대상 모든 공기업에서 비정규직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차별이 벌어지는 곳은 가스공사였다. 정규직에게 제공되는 8개 복지혜택 가운데 창립기념품과 체육행사비, 단 2개만이 비정규직에게도 제공됐다. 7개 공기업 가운데 가장 차별이 적은 곳은 철도공사였다. 12개 복지혜택 가운데 자녀 대여학자금을 제외한 11개가 비정규직에게도 주어지고 있었다.

또 "가장 근본적이며 필수적인 기본권으로 UN인권선언, ILO협약,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결사권"의 경우 수자원공사, 전력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의 4개 공기업 비정규직이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CSR 이행, 세계 무역시장에서의 경쟁력 구비다"

참여연대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CSR 이행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이며 2010년부터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26000)'이 적용될 세계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구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국내 기업의 CSR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한정돼 있는데 근본적인 CSR 이행은 바로 노동권 보호와 차별금지"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노동법 준수 및 근로자 권익 우선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가족친화적 근무환경 제공 △성별·고용형태 등에 따른 차별 없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보고서 발간 △기업 내부에 CSR 담당조직 설치 등을 주문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7대 공기업에게 질의서를 발송했고 가스공사와 토지공사, 철도공사에 답변을 해 왔다. 수자원공사, 주택공사, 전력공사, 도로공사 등 4개 공기업은 질의서 답변을 거부해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