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8시 30분경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은 남양 마석 성생공단에 들어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10여 명을 단속했다. 이 과정에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 한 명이 3층에서 떨어져 두 다리와 허리 등 4군데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공장의 고용주들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고용주에게 진입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했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법상 단속 과정에서 법무부 공무원은 민간 시설인 공장에 진입할 때 건물주 또는 고용주에게 진입 사실을 사전에 알려야 하고 단속 과정에서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 복지 센터인 남양주 샬롬의집 이정호 대표는 "마석 성생공단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벌어진 것은 지난 두 달 사이 네 번에 이른다"며 "문을 부수고 들어와 이주노동자를 잡거나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주먹다짐하는 등 불법 침입과 폭력 사용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에는 22만 여명에 이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2004년 이후 이들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단속 과정에서 이번처럼 불상사가 생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국내 거주 이주노동자와 관련 단체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공권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라면 외환 위기 때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저가의 노동력을 제공해 한국 경제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허가제를 놓고도 "영세한 공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국내 저임금 고위험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주장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발표해, "법무부가 법규정을 위반하며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사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 역시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합법화와 노동권 전면 보장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번 단속 과정뿐 아니라 모든 단속 과정에서 직원들이 신분증을 제시하고 고용주에게 사전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이주노동자 부상을 놓고도 "노동자들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다쳤던 것이지 폭력은 결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