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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정권' 출범에 '날뛰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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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 정권' 출범에 '날뛰는' 재계

"노조도 부당노동행위 인정·퇴직금제 폐지" 등 요구

이명박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도 각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해고의 자유를 확대해달라는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경제 5단체 등 재계는 비정규직 차별처우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퇴직금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까지 버젓이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충분하다"는 것이 퇴직금제 폐지의 명분이었다.

나아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대형 참사에 대비하기 위한 화재보험 가입을 "공장 면적에 따라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적용기준을 완화시켜 달라는 '기막힌' 주장까지 들어있어,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쉬쉬'한 경제 5단체의 '기막힌' 규제완화 요구
▲ 이명박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를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단체들도 각종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손경식 대한상의회장등과 함께 입장하는 모습.ⓒ연합뉴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5단체가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규제개혁 과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지식경제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추진 전략에 따라 규제완화 작업의 일환으로 재계에 의견 제출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는 지난 4일 "경제 5단체가 총 267개의 규제개혁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며 "이를 관계부처별로 분류해 19개 관계부처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에 전달했다"고만 밝힌 바 있다. 세부내용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가 '쉬쉬'한 경제5단체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파견근로 대상업무 확대를 비롯해 고용유연성을 현재보다 크게 높이는 내용과 함께 정부와 기업이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된 제도의 폐지까지 들어있다.

해고 자유 확대·비정규 사용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이 보고서들에는 재계가 그동안 요구해 왔던 고용유연성의 확대 관련 조항이 대거 담겨 있다.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 제한 완화 △해고 예고 기간의 현행 50일에서 30일로 단축 △비정규직법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등이다.

전경련은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며 "높은 수준의 고용보호법제는 외부의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게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만들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은 사양산업에서 성장산업으로의 자원의 신속한 재배분을 저해하고 노동시장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같은 요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파견 허용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 '포지티브 방식'의 파견법을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업무만을 규정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이는 지난 2006년 통과된 파견법 개정 논의 당시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안으로, "파견 노동자가 과도하게 늘어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것이었다.

대한상의는 "비정규직법 시행령이 제조 관련 단순 노무 종사자나 일반기계 조립 종사자, 전기 및 전자장비 조립 종사자 등 제조 연관성 업무에 대한 파견을 금지해 기업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며 "파견허용업종의 범위가 최대한 확대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업경쟁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 노동자 사용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서비스업으로 확대시켜달라는 요구도 담겨 있다.

비정규직·고령자·여성·장애인 등은 '정부에 떠넘기고 나 몰라라'

마음대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고 정규직의 해고도 자유롭게 해달라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비정규직·고령자·여성·장애인·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은 "지나치다"는 것이 경제5단체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현행 비정규직법의 2대 핵심 내용인 차별시정제도와 관련해 재계는 "현재 사용자가 지고 있는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즉, 자신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노동자 스스로 증명하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임금체계 등 각종 증명 서류를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 개인이 자신이 받은 차별의 근거를 입증해내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그 뿐 아니다. 퇴직금 제도와 관련해 전경련은 "기업의 해고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해 고용창출과 원활한 기업운영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임의규정으로 변경해달라고 촉구했다.

일을 하다 다친 산업재해 환자들이 받는 요양급여도 "일반인의 상식에도 벗어나는 과도한 사회보장체계"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경총은 "요양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해서 근로능력이 없는 고령자에게도 휴업급여를 지급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55세 이후에는 휴업급여의 대폭적 감소가 이뤄져야 하며 65세 이후에는 근로능력 완전 소진에 따라 휴업급여를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책임은 다 정부에 떠넘겼다. 상시 5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전체 노동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경총은 "국가의 책임을 소흘히 한 상태에서 기업에게 부담을 전가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사용자 능가하는 노조 과보호 역차별"…'노조의 파업, 다 무력화 시켜주세요'

동시에 재계는 노동조합의 파업 등 쟁의행위는 철저하게 무력화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현재는 필수공익사업장에만 적용되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전면적으로 허용해 줄 것과 사전적·예방적 직장폐쇄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총은 "파업 시 대체근로 문제는 근로자의 근로3권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와의 조화와 균형 하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쟁의행위 기간 중이라도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일방에게만 실력행사를 허용하고 상대방에게는 대항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 간의 대등성 보장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바꿔,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도 인정해달라는 '희한한' 요구까지 들어있다. 경총은 "노조 가운데는 그 규모가 크고 재정적 능력이 연간 수 십 억 원에 이르는 등 사용자와 대등하거나 심지어 그 이상인 막강한 노조가 출현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힘의 균형상 사용자를 능가하는 노조에 대한 과보호가 법률상 역차별 문제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이들 경제5단체는 △화재보험 가입의 적용기준 완화 △사업장 유해인자 누락에 대한 사용주 처벌 폐지 등 각종 사업장의 안전 문제와 관련된 규정도 완화 혹은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부에 묻어가려는 기업의 자기중심적 발상"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노동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펄쩍' 뛰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기조에 편승해 기업 활동 촉진이라는 명분으로 사회 약자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규범을 훼손하려는 기업들의 자기중심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위원장 이병훈 교수)는 특히 퇴직금제 폐지, 육아휴직 중 해고 관련 벌칙 완화 등의 요구에 대해 "우리사회가 일정부분 기업에게 부여하고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한 사회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윤추구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공동체의 통합을 중시하는 새로운 기업윤리가 요구되고 있음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참여연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전제조건이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는 아니며 더욱이 기업의 경제적 이득만을 고려한 규제완화 조치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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