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거는 두 개다. 영남 지역에서 친박 무소속 연대 후보들이 선전하는 게 하나이고, 수도권에서 접전을 벌이는 게 다른 하나다. 무소속이 선전하는 건 정당 뒷배가 희미해졌다는 반증이라고 하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건 유권자가 후보 사이에서 방황하는 증좌라고 한다.
정당 대결이 아니라 인물 대결이라고 하는데…
그럴까? 유권자는 정말 정당 틀에서 벗어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평가하는 걸까? 동의하기 어렵다. 거꾸로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남에서 인물 대결 양상이 나타나는 건 맞다. 하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인물 대결이다.
무소속은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은 복당은 안 된다고 한다. 한 지붕 아래서 두 가족이 싸우는 셈이다. 다른 당 후보 간의 싸움이 아니라 한 지붕 두 형제의 싸움이다. 그래서 느긋하다. 영남 유권자가 인물을 찬찬히 뜯어볼 여유를 갖는다. 한 후보에 마음을 준다고 해서 그 집안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다.
수도권은 양상이 약간 다르다. 영남과는 달리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비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격한 지지율 차이에 비춰보면 초접전 양상은 이례적이다. 이번 총선이 인물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잘 볼 필요가 있다. 반박근거로 삼을 두 개의 요소가 있다.
입지가 다르다.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입지가 다르다. 민주당 후보는 대개가 '현역'이다. 2004년 총선 때 당선된 뒤 4년간 지역구를 관리해온 기득권 후보다. 반면에 한나라당 후보 상당수는 '신인'이다. 중앙 정치에 얼굴을 내민 적이 별로 없고 언론에 얼굴이 팔린 적도 많지 않은 인물들이다.
추세가 다르다. 선거 초반과 선거 막판의 추세가 다르다. 초반만 해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당수 지역구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조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민주당 후보의 입지와 한나라당 후보의 따라잡기 추세를 조합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민주당의 기득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을 발휘하기에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너무 낮고, 신인의 악조건이 굴레로 작용하기에는 한나라당의 뒷배가 너무 화려하다.
바람은 부는데 바람소리는 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긴 하다. 이전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한 정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
아니 표현이 잘못 됐다. 바람은 불고 있다. 한나라당 약진이 뚜렷한 걸 보면 그렇다. 다만 바람소리가 나지 않을 뿐이다.
바람이 부는데도 바람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아야 50%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투표율,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부동층이 그 이유다. 벌판에서 싸우는 게 아니고 각자 자기 안방에서 싸운다. 그러니 흙먼지 날릴 일이 없고 돌풍이 불 까닭이 없다.
새 지지층을 발굴하는 선거가 아니라 기존 지지층을 다지는 선거다. 바람을 일으키는 선거가 아니라 바람을 안 맞는 선거다.
그래서 나타난다. 한나라당이 파죽지세로 내달리는데도 말발굽 소리가 나지 않는 현상, 한 당이 완승하고 다른 당이 완패하고 있는데도 정당대결처럼 비쳐지지 않는 현상이 그래서 나타난다.
일종의 착시현상인 셈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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