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 장성 정모씨(육군대장)이 대통령 소속기구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조사관에게 "다 죽이겠다"며 협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의문사위는 정씨에게 공문을 통해 서면 사과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관련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군 장성 정모씨, "조사결과 먼저 알려달라. 언론에 발표하면 당신들 다 죽어" 의문사위 협박**
'다 죽이겠다' 발언은 지난 3월경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하던 의문사위 조사단을 정 모씨가 요청해 마련된 자리에서 터져나왔다. 정모씨는 2002년 11월 허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특별조사단 단장이기도 하다.
정 모씨는 이 자리에서 의문사위 조사단 4인에게 "1기 의문사위원회와 같은 우를 범하지 말라"며 "(조사결과를) 나에게 먼저 알리지 않고 언론에 발표하면 '당신들 모두 다 죽어'"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사위는 정모씨의 이러한 발언이 대통령 소속 의문사위의 권위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조사에 대한 압력이라고 판단하고 지난달 29일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문사위가 정모씨에게 보낸 공문에는 ▲정모씨 발언에 대한 서면사과 ▲의문사위를 허우 날조기관이라고 망언한 것에 대한 서면사과가 포함돼 있다.
***정씨, "경상도톤이어서 오해...,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인**
의문사위의 사과요청에 대해 정모씨 측은 7일 회신을 통해 '극단적 언어을 사용한 적 없다. 경상도 톤이어서 오해했을지 모른다. 자신이 특조단 조사위원들과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고, 수차례 현장 방문을 했기 때문에 의문사위의 조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다 죽이겠다'발언을 극구 부인했다.
또 회신에는 의문사위를 '사기 날조 기관'이라고 지칭한것에 대해서도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에 대해 타살이라고 결론을 내린 1기 의문사위 조사단에 국한한 것"이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하지만 정 모씨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발표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보여달라'란 식의 발언만으로도 의문사위 조사관에 대한 부당한 간섭으로 파악될 수 있어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의문사위의 주장대로 정모씨가 의문사위 조사관에게 협박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씨는 사법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의문사법에는 의문사위 위원과 조사관에 대한 협박에 대해 5년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국방부-의문사위 갈등의 잔재**
정씨가 단장을 맡았던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2002년 11월28일 기자회견에서 '허 일병이 당시 중대장 김 모대위(1999년 사망)의 가혹행위에 못이겨 자신의 소총으로 자살했으며, 허 일병의 죽음을 타살로 발표한 1기 의문사위의 조사는 모두 조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1기 의문사위는 지난 2002년 8월 조사결과 발표에서 허일병의 사망사건에 대해 "군 수사당국이 '중대장의 학대로 군복무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허일병은 타살됐으며, 사건 현장을 중대 간부와 사병 등 10여명이 목격했으나 대대급 간부들에 의해 자살로 조작은폐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기 의문사위 역시 1기 의문사위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허일병 사망사건을 재조사 한 결과 '타살의혹이 짙다'며 지난 6월 밝혔다.
의문사위는 다음주 초에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특조단의 재은폐 의혹을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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