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건 이유였다. 견제론이 급부상했는데도 민주당이 그 열매를 따먹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얼마 전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던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요 며칠의 상황이 말끔하게 정리해준다.
대운하 쟁점, 누가 만들었나?
대운하가 총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국 115개 대학 2466명의 교수들이 지난 25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을 만들었고 한 교수는 대운하에 반대하는 노래까지 만들어 열창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어제는 SBS가 국토해양부의 대운하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운하 추진계획이 없다던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내년 4월에 착공한다는 일정을 제시한 보고서다.
파문은 커지고 여론은 술렁이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하는 게 없다. 그냥 얹혀가려고만 한다. 여론이 술렁이면 우리는 대운하를 반대한다고 표명하고, 파문이 일면 왜 한나라당 총선공약에 대운하가 빠졌느냐고 따지는 게 전부다.
10년 집권여당의 내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 교수들의 대운하 반대논리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반대논리도 없고, 언론사의 발품에 필적할만한 조사활동도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의지조차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당 분란으로 내상을 심하게 입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까지 나서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후보와 '한판 붙자'고 하고, 심상정·고진화 후보 등이 '대운하 반대 연대'를 선언하는데 민주당은 헐렁한 이벤트조차 기획할 줄 모른다.
이러니 길 수 밖에 없다. 척추가 없으니 곧추 서지 못한다. '잘 하겠다'고만 읊조릴 뿐 '어떻게 잘 할 것인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주판알만 튕긴다.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가 한나라당 표를 잠식하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며 표수를 계산한다.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유권자는 '견제야당'을 부르짖는 민주당을 보면서 견제심리를 발동한다. 너희들은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이게 이유다. 민주당 지지율이 맴맴 도는, 또는 감질나게 기어오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견제야당' 주장에 역견제심리 발동
견제하고 싶은데 믿고 맡길 세력이 없다. 발 뻗고 쉴 정치적 거처가 없다. 방황은 필연이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방황한다.
총선 투표율이 5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견제세력을 결집하지 못하니 한나라당 지지층이 위기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의무' 투표심리는 비례해서 줄어든다. 민주당이 견제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과거의 지지층이 '열성'을 보일 까닭이 없다. '해봤자' 투표심리가 비례해서 늘어난다.
딱 그만큼이다. 개혁공천을 부르짖던 민주당이 나눠먹기 공천으로 소단원의 막을 내린 것과 같다. 견제를 부르짖었지만 당위적 주장을 절박한 요구로 끌어올리지 못한다. 민주당의 '깜냥'은 딱 그만큼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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