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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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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보이콧, 가능할까?

[프레시안스포츠] 美-英-佛 각자 약점, 현실적으로 불가능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전 불참을 시사했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의 협상재개를 촉구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수상도 오는 5월 런던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로 했다.

티베트와 다푸르 사태 등으로 인권에 포위된 베이징 올림픽은 분명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소련의 아프카니스탄 침공으로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했던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점점 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의 경제적, 정치적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꽤 많은 서방국가들이 인권유린 측면에서 중국을 대놓고 비판할 만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점이다. 이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보이콧 논쟁이 결국 대회 참가쪽으로 기울게 된 이유와도 맥이 닿아 있다.
▲ 독일 함부르크에서 티베트 난민들이 시위하는 모습.ⓒ로이터=뉴시스

부시 정부는 중국의 티베트유혈 진압 사태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올림픽 보이콧을 배제한 상태. 그가 중국 지도부와의 건설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또한 이라크 침공을 진두 지휘했던 부시가 티베트사태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을 거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말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올림픽 보이콧에 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영국 스포츠와 아마추어리즘 관련 전문가인 De Montfort 대학의 딜윈 포터 박사는 "티베트 문제는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슈다. 하지만 영국이 다음 올림픽의 개최지라는 점에서 영국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힘들다.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는 있겠지만 보이콧은 생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브라운 수상은 차기 올림픽 개최지의 대표로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히려 영국 정부의 걱정은 반중국 운동가들이 다음 달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런던에 도착할 때 대규모 반대시위를 할 거라는 점이다. 더욱이 '아마추어리즘'이 탄생한 영국은 전통적으로 정부차원에서 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대체로 체육계의 결정을 존중하는 편이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보이콧을 시사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전면적인 올림픽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는 꺼림칙한 게 있다. 그가 2005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 진압의 전면에 나섰던 내무장관이었다는 점 때문. 사르코지는 당시 소요에 참가한 북아프리카 출신 프랑스 이민 2세들을 '인간 쓰레기'로 비하하는 발언을 해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중국 정부도 프랑스 경찰의 소요 진압과 티베트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중국의 진압을 비유하며 이같은 프랑스와 사르코지의 약점을 꼬집었다.
베를린 올림픽과 미국의 보이콧 논쟁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 히틀러가 주도한 나찌즘의 선전도구가 될 것을 염려한 미국에서는 올림픽 보이콧 논쟁이 불붙었다. 특히 미국내 유태인들은 '뉘른베르크 법'으로 상징되는 히틀러의 독일 유태인 탄압을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은 올림픽 보이콧을 선택하지 못했다. 미국도 인종차별 문제에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IOC 위원이던 쉐릴 장군의 한 마디는 이런 미국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만약 독일이 미국 남부의 흑인 인권탄압을 거론한다면 난 더이상 할 말이 없다". 실제로 미국내 올림픽 대표 선발전이 미국 남부에서 펼쳐질 수 없었다.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들이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는 짐 크로우 법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프레시안

훗날 IOC 위원장이 되는 브런디지는 미국내 유태인들의 보이콧 움직임을 불식시키기 위해 유태인-공산주의자의 음모론을 유포시키며 논란을 잠재웠다. 독일에 있던 미국의 외교관들은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탄압에 대해 보고서를 올렸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눈 감았다. 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이었던 코델 헐은 "독일 유태인에 대한 독일의 탄압은 독일 내에서 발생한 내부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했던 미국 선수들 가운데 제시 오웬스를 필두로 한 흑인 스프린터들은 희생양이 됐다. 대회를 통해 엄청난 스타로 발돋움한 이들은 올림픽이 끝난 뒤 '서커스 여행'을 떠나야 했다. 미국내 유태인들의 자금지원이 줄어 들면서 미국 올림픽 대표 선수단은 대회기간 동안 약 3만 달러의 재정적자 상태에 놓였다. 이를 위해 지칠대로 지친 흑인 스프린터들은 유럽 투어를 해야 했다. 미국의 위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미국은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겉으로는 민주적 다인종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자국내 흑인 인권 문제는 가려 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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