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둘은 눈물 젖은 해후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상봉장소는 어디가 될까?
이 두 가지 궁금증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말이 있다. 무소속 연대를 꾸리기로 한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이 그랬다. 왜 수도권 박근혜계처럼 당을 꾸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영남권의 특수성을 거론했다. 당을 꾸리면 한나라당으로의 복귀가 어렵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해 표를 안 줄 수도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 투표성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출마자가 영남에서 3선을 했든 5선을 했든 '비한나라당 후보'면 외면을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여지를 남기는 것이란 얘기다. '비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라 '미한나라당 후보'로 앞으로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가 그렇다. 17대 총선에서 물갈이 당한 한나라당 출신 후보가 영남에서 당선된 예가 거의 없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한 상당수가 다선 의원이었는데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럼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영남에서 살아남아 박근혜 전 대표와 상봉할 수 있을까?
무소속은 충분조건이 아니다. 아무리 후하게 쳐도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판세다. 영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성향을 동정적 투표성향으로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성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한나라당의 압승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관건은 수도권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견제론이 급부상하고 민주당 후보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박빙의 판세를 연출하느냐, 아니면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세가 계속되느냐에 따라 영남 표심의 여유와 아량이 결정될 것이다.
수도권 판세가 어떻게 될지는 논하지 말자. 설령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일방적 우세를 점한다 해도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들의 앞날이 밝은 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수도권, 더 나아가 전국에 걸쳐 압승 분위기를 몰아간다면, 그래서 안정적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면 영남권 박근혜계 일부가 살아남는다 해도 상봉은 어려워진다.
한나라당이 이들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안정적 과반표를 확보한 마당에, 몇석이 당장 아쉽지 않은 마당에 굳이 분란의 씨앗을 집안에 들일 이유가 없다.
상봉하려면 나가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에서 살아남은 자파 의원들을 데리고 당을 뛰쳐나가 이들과 합류하는 길만이 유일한 상봉책이다.
하지만 역시 어렵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에 겨우 턱걸이한다면 모를까 의석을 넉넉히 확보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은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별도로 당을 꾸리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해도 캐스팅 보트를 쥐지 못하면 그냥 원내 제3 또는 제4당이 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참 묘하다. 이렇게 보니 영남권 박근혜계의 생사를 결정할 주체는 박근혜 전 대표도, 한나라당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의 선전 여부가 이들의 생사를 가르게 생겼다.
참 아슬아슬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영남권 박근혜계의 상봉은 고등수학에 의해 결정 날 판이다. 한나라당이 확보할 의석수가 몇 개냐에 따라 감격어린 상봉이 이뤄질 수도 있고 눈물 젖은 생이별이 지속될 수도 있다.
거듭 확인한다. 정치는 역시 나 혼자 잘 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영역이 아닌 모양이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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