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살기 싫습니다. 국민들이 다 여기를 떠야 합니다. 협상 간다고 해놓고, 파병방침 철회없다고 하는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없이 산다고 정부에서 무시하는거 아닙니까. 무허가 판자촌에 산다고, 어떻게 대충하면 조용해지겠지 하고 꼼수를 부린 겁니다. 국회의원 아들이라면 대통령이 이랬겠습니까."
***"가난한 자들의 목숨은 목숨도 아닌가"**
고 김선일씨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 25일 오전 12시 경 김씨가 살던 부산시 범일동 안창마을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조문을 왔다며 미안해 하던 성덕순씨는 김씨 유족과는 별다른 친분이 없다. 성씨는 뉴스를 보다가 너무 분통이 터져서 조문이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빈소를 찾았다. 빈소에는 성씨처럼 유족 친척이나, 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 부산 시민들이 다수 조문하고 있다.
성씨는 분향을 한 뒤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눈물과 함께 조문객들이 간단한 다과를 하고 있는 곳에서 하소연했다.
"없이(가난하게) 산다고 정부가 우습게 보고 이런거 아닙니까."
성씨의 울분은 조문객들을 급속도로 감염시켰다. 묵묵히 조문만 하던 조문객들은 한 번 터진 분노와 울분을 너도나도 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의 분노와 울분은 단지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수위에서 '고속도로 줄 세우고 청와대 가자'까지 높은 수위를 넘나들었다.
***"김선일씨는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김씨 가족의 옆집에 살고 있다는 서동춘씨는 부산시 범일동 안창마을에서 30년째 살고 있다.
서씨는 안창마을은 정부도 부산시도 버린 판자촌이라고 말한다. 소외된 곳에 살고 있었기에, 그의 분노와 설움은 '가난한자의 설움'과 함께 겹치고 있다.
"만약 대통령 아들이 아니라도 고위 관료나 가진 사람들의 자식이었다면 정부가 이런 식으로 나왔겠습니까."
"김선일씨 가족이 가난하고, 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깐, 그렇게 무책임하게 파병방침 철회없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까"
서씨에 따르면, 안창마을은 6.25 이후 피난민들이 정착해 만든 무허가 판자촌이다. 6~8평 남짓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이다.
그렇기에 김선일씨의 죽음은 더욱 애끓는다고 말한다.
"힘든 환경에서도 착하고 바르게, 남을 위해 살겠다고 하던 선일이가 이렇게 죽다니..."
"머리가 아깝고, 인물이 아깝습니다."
서씨는 남들이 둘러보지 않는 소외된 자들의 마음에서 선일씨는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조화 가져다 놓으면 다냐" "부산시청으로, 국회로 가자"**
울분을 터뜨리던 조문객들은 유족들이 너무 '순하다'며 부산역으로 가든, 청와대로 가든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덕순씨는 "조화 10만원밖에 더 합니까. 고작 그것 가져다 놓고 사람 죽이면 모든 게 끝납니까"라고 말한다. 성씨의 말대로 빈소에는 수많은 조화들이 있다. 24일 부서지는 수난을 당한 노무현 대통령의 조화는 차지하고서라도, 여야 정당 대표들, 각 시민사회단체 명의의 조화들이 넘치고 있다.
성씨는 "조화로 면피하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며 "제2, 3의 선일이를 없게 하기 위해서는 파병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씨는 김선일씨 피살 사건 전에는 파병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쁜데, 파병을 하든, 말든 사실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선일이가 죽고 나니, 나도 아들이 있는데, 파병이 사람을 죽이는, 애꿎은 우리 아들을 죽이는 일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성씨는 유족이 좀더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억울한 죽음을 위해서라도 제2, 3의 김선일씨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부산시청으로 청와대로 국회로 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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