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질문 같다. 누가 보더라도 탕약에 가깝다. 조각파동으로 이명박 정부는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고 한나라당은 지지율을 까먹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이 요동치는 민심 때문에 좌불안석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민주당에게 부활 청신호가 켜진 것 같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사약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진단하는 이유 또한 같다.
민심이 요동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빠지는 현상을 과잉 해석하는 순간 민주당은 덫에 빠진다. 자만과 나태의 덫이다.
가정상황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공천기준을 놓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비리·부패 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원칙론에 반발하면서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이게 징표다. 자만과 나태의 덫에 한 발을 담갔음을 입증하는 분명한 신호이자, 정치적 자해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후다.
도덕성 부르짖던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조각에 대해 민심이 크게 반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율배반성이었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 총리와 장관 후보자 여러 명을 낙마시켰던 도덕성의 기준을 스스로 뒤집은 데 대한 분노였다.
민주당이 반쇄신 공천을 하는 순간 이 분노가 다시 지펴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를 향해 엄중하게 도덕성을 부르짖던 민주당이 비리·부패 전력자를 떡 하니 공천하는 것에 고개 끄덕일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건 세상이 알고 삼척동자가 안다.
이것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공천기준과 견주어서도 나은 게 하나도 없다.
한나라당이 진통 끝에 확정한 공천 기준은 '양형'이었다. 비리·부패 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되 그 대상을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로 한정했다. 민주당에서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예외론은 이런 게 아니다. '양형'에 따라 예외를 두자는 게 아니라 '동기'에 따라 예외를 두자는 주장이다. 단적인 예가 정치자금법 위반자들이다. 이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를 한 건 사익을 도모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당의 선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괴리가 크다. 국민의 시각과 당의 시각이 큰 편차를 보인다. 국민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례를 엄하게 징치해야 정치 개혁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은 당 헌신도를 앞세워 국민의 잣대를 부정하려 한다.
민주당에 파란불이 켜진 게 아니다
민주당 내의 반쇄신 움직임이 심각하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쇄신 움직임이 성하면 성할수록 국민은 민주당에 대해 이중의 악성 이미지를 키우게 돼 있다. 정실 이미지, 그리고 구태 이미지다. 비리·부패 행각을 벌인 인사를 뿌리치지 못하는 건 누가 봐도 정실에 기운 행태다. 기업에 가서 앵벌이를 하는 낡디 낡은 정치를 척결하지 못하는 건 구태에 찌든 행태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이 사람이 밉다고 저 사람을 자동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다. 정치가 그렇다. 이 정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저 정당에 대한 기대를 반비례해서 키우는 게 아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찾을 수 있다. 아베크족 못잖게 싱글족이 넘쳐나고 지지층 못잖게 부동층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착각은 금물이다. 민주당에겐 파란불이 켜진 게 아니다. 기껏해야 노란불이 들어왔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민주당은 두고두고 곱씹을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김종배의 뉴스블로그 '토씨(www.tosee.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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