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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잃은' 수비수, 이영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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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잃은' 수비수, 이영표의 위기

[프레시안 스포츠] PSV 시절 같은 과감한 공격 필요

2년 전 토트넘에 경쟁자가 들어 왔을 때 이영표는 담담했다. "좋은 선수가 새로 영입된 것은 팀의 전력 면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축구 선수로서 주전 경쟁은 숙명이다. 그저 열심히 할 뿐이다". 항상 긍정적 사고를 통해 위기를 뚫었던 이영표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닥쳤다. 이영표는 최근 6경기에서 모두 결장했다. 토트넘은 25일(한국시간) 칼링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그는 양복을 입은 채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토트넘은 최근 잉글랜드 대표팀에 박탈됐던 왼쪽 수비수 니키 쇼레이를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축구 전문 사이트 스포팅고 닷컴은 25일 "가레스 베일이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뛰기 힘들고, 한국의 이영표는 (후안 데 라모스 감독 체제에) 딱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라모스 감독은 오른쪽 수비수 알란 허튼을 영입한 뒤 원래 그 자리를 지켰던 심봉다를 왼쪽으로 위치 변경시켰다. 이영표는 왼쪽 수비수로 뛸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왜 라모스 감독은 무리수를 둬 가며 이영표 대신 심봉다를 왼쪽 수비수로 기용했을까? 심봉다는 잘 알려진 대로 왼발을 잘 못 쓴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다 해도 왼발 크로스를 잘 하지 못한다. 오른발 잡이지만 왼발을 잘 쓰는 이영표에 비해 이는 분명 심봉다의 약점이다. 하지만 심봉다는 공격에 적극적이다. 미드필더들과 호흡을 맞추며 왼쪽 측면을 과감히 돌파한다. 라모스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축구'에 이영표 보다는 심봉다가 더 어울렸다는 의미다. 라모스 감독은 토트넘에 부임한 뒤 원터치 패스를 늘리는 간결하고 빠른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가운데에는 측면 수비수들의 역할이 많이 강조됐다. 미드필더 요원과 함께 측면 수비수가 항상 공격시에 나서 서로 2대1 패스를 주고 받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 아인트호벤 시절의 '공격성'을 찾아야 하는 이영표.ⓒ뉴시스

지능적인 협력수비에 능한 측면 수비수 이영표가 유럽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공격 시에 주저하지 않고 상대 공간을 파고 드는 빠른 침투능력에 있었다. PSV 아인트호벤 시절 히딩크 감독은 "공수겸장 이영표가 우리 팀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말까지 했었다. 이영표도 토트넘에 입단한 뒤 첫 기자회견에서 "내 첫 임무는 수비지만 내 축구 스타일은 약간 공격적이다. 기회를 잡으면 난 공격에 나설 것이고 이게 내 스타일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과감한 공격이 많이 사라졌다.

토트넘은 심봉다를 이적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에서 심봉다는 불을 질렀다. 그는 25일 첼시와의 칼링컵 결승전에서 라모스 감독이 그를 교체하자 불만을 품고 스탠드로 가지 않고 곧바로 드레싱 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라모스 감독을 더욱 화나게 한 이유는 심봉다가 교체된 뒤 어슬렁 어슬렁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0-1로 뒤지고 있던 토트넘 사령탑의 눈에는 심봉다의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세계에서 11번째 부자 구단인 토트넘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두둑한 주머니를 언제든지 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욱이 칼링컵 우승으로 기세가 등등해진 라모스 감독은 더욱 '매력적인 축구'를 하기 위해 올 시즌이 끝나면 팀을 큰 폭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스페인 세비야에서 UEFA컵에 입맞춤 했던 라모스 감독은 이제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나 챔피언스리그 패권을 향해 욕심을 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의 희생양으로 이영표가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토트넘은 오는 3월 7일 PSV 아인트호벤과 UEFA컵 16강에서 격돌한다. 이영표가 이 경기에서 출장 기회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친정팀 에인트호벤과의 경기에서 '공격성'을 다시 찾는 게 그가 부활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 경쟁에서는 다소 뒷전에 밀려 있는 라모스 감독의 머리 속은 온통 UEFA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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