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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감독 오카다와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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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감독 오카다와 한국 축구

한국축구와의 악연 못 깬 오카다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23일 일본과 1-1의 무승부를 기록해 두 팀은 승점, 골득실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와의 악연을 깨고 싶었던 오카다 감독은 경기 뒤 "우승을 목표로 여기에 왔는데 이를 달성하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 이라크 경기의 해설자였다.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진 이 경기에서 일본은 경기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이라크와 2-2의 무승부를 기록했고,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누르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날의 결과를 '도하의 기적'으로 생각했지만 일본에는 이 경기가 '도하의 비극'이었다.

4년 뒤 오카다는 일본 대표팀의 코치로 직접 한일전 승부를 지켜보게 된다. 일본은 선제골을 넣었지만 한국의 스피드와 투지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차범근 감독이 지휘하던 한국은 이 경기의 역전승을 통해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향해 급발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대첩'의 충격은 일본 축구를 요동치게 했다. 일본의 가모 슈 감독은 곧바로 경질됐고, 코치였던 오카다가 감독 대행이 됐다. 오카다 대행은 가모 감독이 외면했던 골잡이 나카야마와 투지와 기술을 겸비한 기타자와를 대표팀에 재소집했고, 일본 축구는 부활했다. 일본 축구의 첫 월드컵 진출은 이렇게 이뤄졌다.

물론 오카다가 갖고 있는 한국전에 대한 기억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수비수였던 오카다는 일본 대표 선수로 단 1골 만을 기록했다. 그 한 골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나온 것. 그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1차리그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로 그의 대표팀 첫 골이자 마지막 골을 넣었다.
▲ 일본의 오카다 감독.ⓒ뉴시스

오카다는 '괴짜 감독'이다. 그는 원래 야구를 하려고 했지만 야구부의 엄격한 규율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축구 쪽으로 급선회 했다. 고교 3학년 때는 일본 청소년 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잠시 축구와 멀어졌다. 그는 재수 끝에 와세다 대학 정치 경제학부에 합격했다. 그에게 '학구파' 감독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축구협회는 대학 동호회에서 축구를 즐기던 오카다를 설득했고, 오카다는 제 발로 와세다 대학 축구부에 들어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후루카와 전기공업사에 들어가 사원 겸 축구부 선수로 활약했다.

오카다는 지능적 플레이에 능한 생각하는 수비수였다. 강한 대인마크 보다는 다른 수비수들과의 지역방어에 더 큰 장점을 보였다. 오카다는 선수 시절 항상 안경을 끼고 뛰었다. 방해가 될 만도 했지만 그는 그라운드에서 안경을 벗지 않았다. 감독이 된 뒤에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안경과 트레이닝 복에 점퍼차림이었다. 양복은 잘 입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선수 시절 '진돗개'로 통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1대1에 강한 선수, 체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그의 지도자 철학은 9년 전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등 이른바 '허정무의 아이들'을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됐다. 이번 동아시아 대회를 통해 골잡이로 각인되기 시작한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과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정착한 조원희도 강한 체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오카다 감독은 한국전 무승부의 원인으로 "철저한 대인마크와 볼을 끝까지 쫓아가는 집요함에서 한국이 앞섰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감독으로서는 한국 축구의 특장점인 '투지'를 다시 끄집어 낸 셈이다. 이 같은 투지는 분명 허정무호 출범이후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오카다 감독은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축구 전술에 관해선 내심 자신이 최고 수준에 와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아직 바꾸지는 못했다. 쉽게 말해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궂은 일을 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의미. 그는 한일전이 끝난 뒤 "얻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을 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얻어야 할 것은 선수들의 투지다. 한국전이 그에게 던져 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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