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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기다린다면, 이 병은 꼭 조심!

하리하라의 '육아 일기' <6>

2004년 9월 24일

안녕, 별아.

오늘도 엄마는 검사용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어. 단지 피를 조금 뽑았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니 신기하더구나. 호르몬 다음으로 검사지에 나와 있는 것은 혹시 엄마가 어떤 질병에 걸려 있는지, 그리고 그 질병에 대항하는 항체가 있는지의 여부였어.

먼저 항체 부분을 살펴볼까? 항체(antibody)란 혈액이나 림프액 안에서 순환하며 외부 물질의 침입에 대항하는 물질을 말해. 적군의 침입에 대비해 늘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군인의 역할을 하는 물질이지. 인간이 살아가다보면 외부에 존재하는 온갖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기 마련인데, 개중에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해로운 것들도 섞여 있어. 그래서 우리 몸은 외부 물질이 유입되면 이를 일단 적군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해 대비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춰놓았단다. 바로 면역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야.

그 중에서 항체를 이용한 면역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야.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먼저 대식세포가 이들을 공격해서 먹어치워 버리지. 그리고는 꿀꺽 삼킨 것들을 잘게 조각낸 다음 그 조각을 밖으로 삐죽 내밀어 동료들에게 알려. 마치 적군의 정보를 알아내 동료에게 알리듯이 말이야. 이렇게 세포 표면으로 돌출되어 항체를 만들도록 자극하는 물질을 항원(antigen)이라고 하고, 항원을 疸??이고 돌아다녀 다른 면역세포를 자극시키는 세포를 항원제공세포(antigen presenting cell)라고 부른단다. 항원제공세포가 이렇게 항원을 머리에 이고 동네방네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호외를 뿌리고 다니면, T-세포나 B-세포 같은 다른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어 침입자 퇴치에 앞 다퉈 몰려들게 된단다. 그 중에서 B-세포는 항원 조각을 인식하고 이를 퇴치할 수 있는 항체를 생산해 내는 세포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물질에 노출된단다. 그 중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에 만약 면역력이 없다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지. 에이즈(AIDS)가 '현대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면역세포를 파괴해 외부의 어떤 질병에도 대항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야. 사실 에이즈라는 단어 자체가 '후천성 면역 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줄임말이란다.
▲ '버블 보이(bubble boy)'는 면역력이 거의 없어 평생을 무균 상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를 뜻한다. 버블 보이로 태어나 12년 간의 짧은 삶을 살았던 소년 데이비드 베터(왼쪽). 버블 보이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의 한 장면(오른쪽). 영화는 코믹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서 주인공이 성인이 되고 사랑을 찾아 여행까지 떠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버블 보이는 12년의 짧은 삶을 오로지 버블 안에 갇힌 채로 살아야만 했다. ⓒ프레시안

에이즈는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HIV에 의해 생기는 질병이지만, 때로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이상으로 면역력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 자궁 내부는 무균 상태여서 괜찮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온갖 외부 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보통의 환경에서는 살아갈 수 없단다. 그래서 평생을 무균 상태의 풍선 같은 공간에서만 살아가야 해. 버블 보이(bubble boy)란 단어도 여기서 나왔지.

이처럼 면역은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단다. 그 중에서 항체는 외부 물질을 매우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같은 침입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특정 항체를 보관하고 기억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어. 즉, 일단 항체를 만들어 외부 침입자를 모두 제거하여 그 항체가 더 이상 쓸모없어지게 되어도, 항체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야. 일부 기억세포(memory cell)들이 그 항체에 대한 정보를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에 똑같은 물질이 침입하면 곧바로 항체를 만들어내어 침입자를 물리친단다. 우리는 이 원리를 이용해 예방주사를 만들어 냈지.

아래 그림을 보렴. 1차 항원 공격이란 처음에 몸속에 낯선 외부 물질이 침입한 경우를 말해. 여기서는 병원균이라고 생각하자. 이 경우, 면역세포들이 이 침입자의 정체를 파악해서 그에 꼭 맞는 항체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그래서 어떤 병원균이 유입되고 최초의 항체가 나타나기까지는 5~7일 정도가 걸리지. 그리고 항체는 급속히 늘어나 병원균을 퇴치한 뒤에는 그 수가 줄어들어. 하지만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다음번에 2차로 같은 병원균이 침입한 경우에는 순식간에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두 번째여서 그런지 그 수나 속도가 처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월등해. 예방주사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한 거야. 죽었거나(사균 백신) 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약하게 만든(약독화 백신), 혹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항원 부분만을 잘라낸(유전자 재조합 백신) 병원균을 체내에 미리 주입해 그에 걸 맞는 항체를 미리 만들어 두는 거지. 그래야만 다음번에 진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항체가 급속도로 늘어나 병에 걸리기 전에 이들을 퇴치할 수 있으니까.
▲ 기억세포에 의한 항체 면역 효과. ⓒseis.scienceall.com

이왕이면 엄마가 다양한 질병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지만,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들 몸속에는 최소한 두 가지 질병에 대한 항체는 있는 것이 좋단다. 그 중 하나가 풍진에 대한 항체야. 풍진(rubella, German measles)은 Toga바이러스 종류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감기처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고열, 두통, 근육통, 발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야. 풍진은 수두나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홍역처럼 주로 아이들이 잘 걸리는 질병으로 그 자체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야. 그런데 그리 큰 질병이랄 수 없는 풍진이 임부에게는 문제가 돼. 1942년 호주의 안과의사였던 그리그(Gregg)에 의해 임신 중 풍진에 걸렸던 임부의 아기가 선천성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보고 되면서, 임신 중 풍진 감염이 태아에게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는 결과가 속속 나타났거든.

풍진 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어서, 엄마 뿐 아니라 뱃속의 태아도 감염시키는데, 감염된 태아는 유산이나 사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더라도 난청, 백내장, 중추신경계 결함, 심장기형, 정신지체, 염색체 이상 등 태아에게 있어 다양하고도 심각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어. 그리고 요행히 출생 당시에는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아이들 중 많게는 3분의 1 정도가 성인이 된 후, 확장풍진증후군(extended rubella syndrome)이라는 진행성 범뇌염과 1형 당뇨병 등의 증상으로 고통 받을 수 있어. 단지 임신 중에 풍진이라는 가벼운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렸을 뿐인데, 결과가 이토록 엄청날 수 있다니.

그러니 임신부는 가능하면 풍진에 걸리는 일을 피해야 해. 그런데 풍진은 호흡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힘들어. 그러니 애초에 풍진에 걸리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지. 즉, 몸에 항체를 만들어주는 거야. 이전에 풍진을 앓은 적이 있다면 자연적으로 풍진 항체가 생겼을 것이고, MMR 예방접종을 한 적 있다면 역시 풍진 항체를 가지고 있을 거야. 하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피검사를 통해 풍진 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없다면 예방 접종을 받는 거지. 참, 그리고 만약 풍진 항체가 없어서 예방 접종을 받았다면, 3개월 정도는 피임하는 것이 좋아. 드물지만 예방 백신으로 인해 풍진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자, 엄마 몸에 풍진 항체가 있는 게 왜 중요한지 알았지? 또 하나, 아기를 기다리는 엄마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항체 중 하나는 B형 간염 항체야.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HBV(hepatitis B virus,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B형 간염이 가장 많아.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좀 특이한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바로 간염이 나타나지는 않아. 많은 사람들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간염 증세를 나타내지 않고 살아가곤 하지. 이들은 건강관리만 잘 하면 '보균자' 상태로 간염을 앓지 않고 살 수도 있어. 하지만 과로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 간염에 걸릴 수 있는데 사실 B형 간염이 문제가 되는 건, 간염 그 자체보다는 훗날 만성 간경변이나 간암 등의 치명적인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야.

B형 간염은 환자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데, 대표적인 감염 경로 중 하나가 수직감염(vertical transmission)이라는 거야. 수직감염이란 B형 간염에 걸린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기가 출생 때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거야.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수직감염으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신생아 시절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하지만 수직감염된 아기는 처음부터 그 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30~40대가 되면 이미 수십 년을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는 상태가 되어 그만큼 치명적인 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 역학 조사 결과, 수직감염된 신생아 중 4분의 1 정도가 30~40대의 젊은 나이에 간암 등으로 고통 받곤 한다고 하니, 이는 결코 적은 수치가 아냐. 또 수직감염으로 B형 간염에 걸리면 우리의 몸이 태어날 때부터 B형 간염 바이러스와 함께 자라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물질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어 인터페론 등의 치료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해. 아기가 B형 간염에 걸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먼저 엄마의 몸속에 B형 간염 항체가 있어야 해. 그래서 검사를 하는 거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임산부가 B형 간염에 걸렸다고 해서 아기도 모두 B형 간염에 걸리는 건 아니라는 거야.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태반을 통과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기 때문에, 태아 시절에는 바이러스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 그러나 출생 시에 아기는 엄마의 체액과 직접적으로 접하기 때문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제때에 간염 예방 주사를 맞기만 하면 항체가 생겨서 간염에 걸릴 위험성을 확실히 낮춰줄 수 있어. 우리나라는 음식을 공동으로 먹는 식습관 등으로 인해 B형 간염 보균자가 많기 때문에, 엄마가 B형 간염에 걸렸든 걸리지 않았든 간에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의무적으로 태어난 그날, B형 간염 접종을 받도록 하고 있어. 그러니까 아기가 태어나서 최초로 맞는 예방주사가 바로 B형 간염 예방주사인 거지.

우리 별이도 태어난 날 간염 예방주사를 맞았단다. 그리고 앞으로도 2번을 더 맞아야 하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간염 예방주사는 3회를 맞아야 항체가 완전히 형성되기 때문에 아기는 0, 1, 6개월에 한 번씩 총 3차례에 걸쳐 주사를 맞아야 해(백신에 따라 0, 1, 2개월에 맞는 것도 있지만 역시 3회 접종은 동일). 다만 B형 간염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백신으로 사람에 따라서는 간혹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예방 접종을 모두 맞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예방 접종 완료 뒤에 다시 한 번 혈액검사를 해서 항체가 무사히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아.

이 밖에도 검사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임신 중 수두나 거대세포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면 일부에서(0.2~2%)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신경 장애 등 다양한 선천성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임신 중에는 이런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질병이 유행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은 장소나 사람들과의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지. 다행히 엄마는 11살 때 풍진을 앓은 적이 있어서 풍진 항체도 가지고 있었고, 예방 접종으로 B형 간염 항체도 가지고 있었어. 그러니 별이에게 이런 질병을 전해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대.

휴, 아직 별이를 만나기도 전인데 준비해야 할 것이 이렇게나 많구나. 아기를 기다리는 부모라면, 아기를 언제나 예뻐하고 사랑해주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먼저 건강도 꼼꼼히 챙겨야 할 것 같아. 엄마 아빠가 건강해야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기도 건강할 테니까 말이야.

참고 문헌

이순곤 외, 'HBs Ag 양성 산모 및 그 신생아에 있어서 간염 전파에 관한 연구', <대한산부회지>, 제27권 15호, 1984.

강명선 외, '풍진감염 임신부에서 태아 제대혈채취에 의한 선천성 풍진감염의 산전진단', <대한산부회지>, 제47권 3호, 2004.

조성남, '임신시의 B형 바이러스 간염', 전북대학교의과대학.

박인양 외, '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 관리', <대한산부회지>, 제51권 1호,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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