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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파업, '의료 공공성 강화' 주장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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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파업, '의료 공공성 강화' 주장 주목해야

시장에 방치된 병원과, 제대로 기능 못하는 건강보험제도

10일 오전7시 보건의료노조가 산별 총파업에 돌입한지 이틀이 지났다. 이번 파업의 최대 쟁점은 주5일제 실시 방안이지만, 이밖에도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의료공공성강화'이다.

병원 사업장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건강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병원은 원칙적으로 일반 사기업과는 존재 조건을 질적으로 달리한다. 하지만 우리의 의료현실은 이런 원칙에 비해 지나치게 시장중심적으로 편재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산별 총파업의 명분 중 하나로 '의료공공성강화'를 내걸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시장에 방치된 병원, '돈벌이'에 천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

'보건의료예산 OECD국가 중 꼴지', '민간병원 비율 90%로 OECD국가 중 1위', '의료비 50%를 환자가 내는 건강보험제도', '과잉진료, 부당청구를 유발하는 행위별 수가제도'

우리 의료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와 제도들이다. 지표와 제도가 실상의 일부만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 의료현실은 척박하다 못해 시장에 방치됐다는 일각의 지적은 타당한 듯 보인다.

민간소유 병원이 90% 이상인 점은 의료기관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간병원이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보편적인 속성 아래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경쟁'에 내맡겨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돈벌이'에 대한 천착은 불가피하다.

이번 병원 노·사교섭에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주5일제에 대해 병원측은 '비용상승', '도산우려' 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 병원노·사 교섭이 결렬되고 나서 이병오 병원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지난 의약분업이후 1년에 10%에 이르는 중소병원들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고 있다"며 "노조의 요구대로 토·일요일 연속 휴무하게 되면 병원의 수입감소는 심각하다"는 말은 일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병원간 돈벌이 경쟁의 심화는 병원산업의 질서재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의료원이 4대 메이저병원으로 자리잡는 한편, 기존 대학병원들이 지역병원으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따라서 과거 중소병원이 담당하던 역할을 대학병원이 대체하고, 경쟁에서 밀려난 중소병원들은 도산 위협에 처해있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1992년 흑자이던 중소병원의 의료수익 순이익률이 크게 하락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2002년도 병원 도산율이 9.5%로 지난 1999년 6.5%보다 3.0%증가했다. 특히 3백 병상 미만 도산율이 11.6%, 1백 병상 미만 도산율이 16.3%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병원산업의 질서재편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병원산업의 근본적 목적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시장의 질서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잉투자가 과잉진료 불러**

한편 병원간 극심한 경쟁의 부작용은 의료장비의 과잉 투자로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CT, MRI 보유대수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위에 이르고, 또 남·북한 통틀어 1대만 있어도 되는 감마나이프는 미국 전체 보유대수와 비슷한 4~5대, 일본조차 20대밖에 없는 엑시머 레이저도 우리나라에는 1백60대가 있다.

이러한 과잉투자는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점에서도 심각성이 크다.

***"건강보험제도, 의료비 할인제도일 뿐"**

또 하나 우리 의료현실의 중요한 문제는 의료비 부담을 개인에게 맡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의료비용의 50%를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케 하고 있다. 이 마저도 건강보험 혜택에 제외되는 질환이 다수여서 실제로 환자가 체감하는 부담률은 50%를 훨씬 상회한다.

보건의료노조가 모 대학병원에서 2003년 3월17일부터 5월27일까지 혈액조양내과 치료를 받은 환자의 진료비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진료비 총액 1천8백70만5천3백81원 중 본인부담액은 8백94만4천42원(진료비 총액대비 47.5%)를 부담했다. 더구나 이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MRI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점, 환자 간병비용까지 고려하면 전체 진료비의 50%를 훨씬 상회했다.

이처럼 진료비 절반 이상을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현실은 가족 중 중병환자가 생기면 엄청난 진료비 때문에 한 가정의 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가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백혈병에 걸린 어린이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다거나, 경각을 다투던 응급환자가 치료비를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은 이를 뒷받침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보험기능을 못하는 '의료비 할인제도'"라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헌법 제36조 제3항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이 무색한 우리 의료현실은 이미 어떤 의미에서 '의료대란'처해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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