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복무를 피하려 일부러 어깨뼈를 어긋나게 한 뒤 수술을 받거나 아랫배 등 특정 부위에 힘을 줘 고혈압으로 위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충역이나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축구선수 등 100여명이 무더기 형사처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오광수 부장검사)는 신체 일부를 일부러 훼손시켜 4급(공익 대상) 내지 5급(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병역을 회피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3일 K-1 리그 소속 정모 선수 등 9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적발된 사람은 K리그 소속팀 현역 정모 선수를 포함해 전ㆍ현직 K-1 리그 15명과 K-2(실업) 리그 출신 35명, K-3(아마추어) 리그 출신 15명, 대학 소속 선수 및 일반인 27명 등이다.
이들은 2006년 7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축구를 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는 왼쪽 어깨를 늘어뜨려 뼈마디를 어긋나게 한 다음 정형외과 의사 윤모(불구속 기소)씨로부터 관절경 수술을 받고 병사용 진단서까지 발급받아 86명은 4급, 6명은 5급 판정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앞서 윤씨와 4급 판정을 받은 뒤 5급을 받으려 한차례 더 어깨를 탈구시킨 선수 등 1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선수들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윤씨에 대해 "본인이 정당한 치료행위라고 주장해 법정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선수들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몰랐으며 수술을 잘한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모여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이제영 부장검사)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병역 상담 카페를 개설하고 현역 입영 대상자를 모집한 뒤 350만~500만원을 받고 고혈압으로 위장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 김모(26.대학생)씨 등 브로커 3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를 통해 4급 또는 5급 판정을 받은 박모씨 등 16명을 이날 불구속기소했다.
김씨 등은 2006년 7월부터 1년여간 박씨 등을 상대로 이두박근과 아랫배에 힘을 줘 혈압을 높여 재검 대상자가 되도록 한 뒤 재검사 때 혈압계를 발목에 하고 혈압을 측정하도록 하거나 브로커 조직원이 대신 혈압을 재주는 방법 등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축구선수 등의 명단을 병무청에 통보해 정밀 신체검사를 다시 받아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조치하는 한편 또다른 고혈압 위장 병역 면탈 브로커 조직과 병역 회피자 10여명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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