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를 비롯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외교통상부로부터 문서 한 장 없이 구두로만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인수위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 변호사)이 각 부처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고 내용 공개 요청을 거부하면서 확인되었다. 인수위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농림부, 외교부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고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인수위 "한미 FTA와 美 쇠고기 문제, 구두 보고 받았다"
인수위는 민변의 미국산 쇠고기 업무 보고 내용 공개 요청을 거부하면서 "인수위는 외교부로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포함한 한미 FTA 관련 현황을 구두 보고받았으나,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보고 내용을 서면으로 접수·보관하고 있지 않아 외교부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1월 21일자 공식 문건을 통해 밝혔다.
인수위는 또 다른 공식 문건을 통해 "농림부의 업무 보고 문건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한 한미 간 논의 사항이 일부 포함돼 있긴 하다"면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관련 자료는 국가 안전 보장, 외교 관계 등과 관련된 사안으로 공개할 수 없는 정보라는 것.
인수위의 답변과 관련해 민변은 29일 "한미 FTA,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구두로만 보고 받아 공개할 문서가 없다는 인수위원회의 답변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 기관은 마땅히 지켜야할 기록 관리 유지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인수위가 백서를 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민변은 또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검역과 관련된 문제로 봐야 한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농림부가 검역하는 것을 '외교 관계'에 관한 사항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설사 이 정보 공개가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희생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美 쇠고기 관련 문건 공개하면 국익 침해"
한편, 인수위는 민변이 추가로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자체 검토·대책 보고서와 관련해서는 비공개 사유도 언급하지 않은 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변은 "이것은 비공개 결정을 할 때 그 사유를 명확히 언급하라고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13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변은 29일 이번에 정보 공개가 거부된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인수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 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비춰도 국민 건강을 위한 검역 정보는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법정에서 인수위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어떤 조치와 월권 행위를 했는지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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