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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게 두렵다"…복서 최요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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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게 두렵다"…복서 최요삼의 일기

"권투도 나를 버릴까"

"이제는 끝내고 싶다. 권투를...맞는게 두렵다"

뇌수술 후 나흘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프로복서 최요삼(34.숭민체육관)의 일기가 28일 공개됐다.

최요삼이 작년 여름부터 지난 25일 경기 직전까지 틈틈이 써둔 다이어리 한 권 분량의 일기엔 마음 속 상처, 링에 오르기 전 그가 느껴야 했던 공포감, 소박한 소망 등이 담겨 있다.

2005년 6월 링을 떠났다가 작년 12월 복귀전을 치른 그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작년 7∼8월 어느날부터였다.
▲ 최요삼의 일기. ⓒ연합뉴스

이 때 그의 마음을 끊임없이 괴롭힌 건 1999년 라이트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이 된 직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당한 마음의 상처였다. 당시 최요삼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와 식어버린 복싱 열기로 방어전 일정조차 잡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며 인간적인 배신 등 갖가지 심적 고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너무나 생각난다. 권투도 나를 버릴까"

"내 가슴 속에 상처가 너무나 많이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감량의 고통도 심했다. 운동을 쉬면서 체중이 60㎏ 이상으로 불어났던 그는 플라이급 한계 체중(50.8㎏)에 맞춰 10㎏ 이상을 줄여야 했다.

작년 8월9일자 일기에서는 "54㎏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실패의 두려움과 외로움도 컸다.

2002년 4차 방어전에서 세계타이틀을 잃은 뒤 2003, 2004년 2년간 세 차례나 정상 복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는 또다시 질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몸을 떨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패장이 될 것인가"

"집중이 되질 않는다. 다 끝내고 싶다. 내가 세상을 살면서 너무나 많은 잘못을 했나 보다"

"한계를 느끼고 있다. 너무나 오래 쉬었다...자신이 없어진다. 내일이 두렵다."

"오늘은 잠이 오질 않는다. 감각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외로움이 너무나 무섭다. 너무나. 더 외로워야 할까"

이런 고통은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데 이어 지난 9월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이 되고 25일 1차 방어전을 치르기 전까지 계속됐다.

미혼의 최요삼은 이를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한 채 자신에 대한 반성과 질책으로 이겨내야 했다.

"냉정하지 못했다. 한번 더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경기가) 40일 정도 남았다. 벼랑 끝 승부라고 생각하겠다. 나는 밀리면 죽는다"

"반드시 할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도울 것이다. 가자, 가자, 가자. 저 외로운 길 내 꿈이 있는 곳에 가자, 요삼아"

그가 이 모든 고통을 이겨내면서까지 꿈꾼 건 무엇이었을까. 챔피언 벨트? 돈? 명예?

작년 8월 몽골 전지훈련을 갔을 때 적어둔 그의 일기 한 켠엔 세상사람 누구나 꿈꿀법한 소망이 적혀 있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예쁜 집을 짓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제는 피 냄새가 싫다...내일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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