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던 박재승 전 변협회장이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변호사나 판사 출신 한 명 없이 3명 모두 기를 쓰고 반대하던 검찰 출신 인사들이었기 때문에 변협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 변협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 법률상 대통령이 변협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허탈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민변·참여연대 등이 낸 삼성 특검 법안은 특검 후보를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방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변협에게 추천권을 줬다"며 "역대 특검에서 후보군에서부터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박 팀장은 "막판에 일이 꼬여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변, 사제단,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은 변협에 특검후보를 재추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변협 "김용철 변호사가 정확한 증거 대면 문제 없다"
반면 변협 측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후보자가 모두 검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 변협 이진강 회장은 "검찰에 몸을 담았다 하더라도 검찰의 부정 의혹을 수사하는데 결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후보 재추천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 회장은 오히려 "김용철 변호사가 정확한 증거를 대거나 자료를 넘긴다면 수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후보 중 한 명인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과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대형로펌 인사여서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자료 확인을 거쳐 삼성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반응이다.
또 이번 수사가 삼성의 지배구조 및 비자금 등 수사 성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법률가'보다 '수사력'을 우선시 했다는 것이다.
반면 박재승 전 변협회장이 후보군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고발인 측에서 특검까지 선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변협 추천 후보 거부할 수 없어
문제는 이후 일정. 법률상 대통령이 변협에 특검후보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협이 이 세 후보를 고집할 경우 이 중에서 특검을 골라야만 한다. 3명의 후보 모두 특검 임명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법무연수원장은 '특수통'으로 꼽히고 고 전 지검장과 조 전 지검장은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정 전 원장이 '특수통'이라는 점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정 전 원장은 200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을 지내면서 노무현 정부와 인연을 맺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검사라는 측면과 그가 대형로펌 소속이라는 점에서 불신의 눈초리를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전 지검장은 "수사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안통으로서 상당히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어 이번 수사 성격상 다소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고 전 지검장 역시 대형로펌 소속이다.
조 전 지검장은 그나마 대검 중수부장이나 서울지검장 등의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걷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 후보에 비해 안심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그 역시 '공안통'이라는 점에서 고발인 측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주변에서는 지금의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수사력 하나만 두고 봤을 때는 삼성 수사를 위한 '드림팀'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국 수사주체의 순결성을 위해 특검을 도입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게 됐다"고 평했다.
대통령은 후보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안에 특검을 선정해 임명해야 한다. 과연 '삼성 특검'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