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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특검' 추천, 정치권이 변협에 맡겼더니…"

대통령 특검 후보 거부 못해…수사주체 순결성 끝?

대한변호사협회가 '삼성 특검' 후보 3명을 발표한 17일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는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끼는 날이었다.

그동안 이들이 강력하게 추천하던 박재승 전 변협회장이 후보에서 탈락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변호사나 판사 출신 한 명 없이 3명 모두 기를 쓰고 반대하던 검찰 출신 인사들이었기 때문에 변협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 변협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 법률상 대통령이 변협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허탈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민변·참여연대 등이 낸 삼성 특검 법안은 특검 후보를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방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변협에게 추천권을 줬다"며 "역대 특검에서 후보군에서부터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박 팀장은 "막판에 일이 꼬여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변, 사제단,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은 변협에 특검후보를 재추천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변협 "김용철 변호사가 정확한 증거 대면 문제 없다"
▲ 17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진강 대한변협회장이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 조준웅 전 인천지검장을 특별검사 후보자로 선정해 청와대에 추천한다고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변협 측에서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후보자가 모두 검찰 고위직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 변협 이진강 회장은 "검찰에 몸을 담았다 하더라도 검찰의 부정 의혹을 수사하는데 결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후보 재추천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 회장은 오히려 "김용철 변호사가 정확한 증거를 대거나 자료를 넘긴다면 수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후보 중 한 명인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과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대형로펌 인사여서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자료 확인을 거쳐 삼성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반응이다.

또 이번 수사가 삼성의 지배구조 및 비자금 등 수사 성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법률가'보다 '수사력'을 우선시 했다는 것이다.

반면 박재승 전 변협회장이 후보군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고발인 측에서 특검까지 선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변협 추천 후보 거부할 수 없어

문제는 이후 일정. 법률상 대통령이 변협에 특검후보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변협이 이 세 후보를 고집할 경우 이 중에서 특검을 골라야만 한다. 3명의 후보 모두 특검 임명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법무연수원장은 '특수통'으로 꼽히고 고 전 지검장과 조 전 지검장은 '공안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정 전 원장이 '특수통'이라는 점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정 전 원장은 200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장관급)을 지내면서 노무현 정부와 인연을 맺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검사라는 측면과 그가 대형로펌 소속이라는 점에서 불신의 눈초리를 얼마나 걷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고 전 지검장은 "수사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안통으로서 상당히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어 이번 수사 성격상 다소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고 전 지검장 역시 대형로펌 소속이다.

조 전 지검장은 그나마 대검 중수부장이나 서울지검장 등의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걷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 후보에 비해 안심이라는 평이다. 하지만 그 역시 '공안통'이라는 점에서 고발인 측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주변에서는 지금의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수사력 하나만 두고 봤을 때는 삼성 수사를 위한 '드림팀'이라는 말도 있지만 결국 수사주체의 순결성을 위해 특검을 도입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게 됐다"고 평했다.

대통령은 후보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안에 특검을 선정해 임명해야 한다. 과연 '삼성 특검'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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