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 유조선과 예인선 중 어느 쪽이 더 잘못했는지를 놓고 `책임 공방'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사고 이후 12일까지 드러난 이번 원유 유출 사고는 바지선 두 척이 인천대교 공사에 투입됐던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을 경남 거제로 예인하던 중 거센 풍랑을 만나 한 척의 바지선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해상에 정박중이던 홍콩 선적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삼성중공업측은 이번 사고가 해상 크레인 부선이 정박중인 유조선에 충돌했기 때문에 책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유조선 역시 충돌을 막기위한 사전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충돌 40여분전부터 이뤄진 항만청과 예인선-유조선간 교신을 통해 선단 접근을 경고하고 안전조치를 취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며 "당시의 기상상황과 유조선에 설치된 레이더 등을 통해 악천후로 떼밀려 오던 예인선의 항로를 예측했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유조선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풍랑속에서 1시간 이상을 전력으로 예인했으나 충돌 20여분 전인 6시 40분께 와이어가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졌다"며 "와이어 절단 이후에는 예인선 선수로 해상크레인을 밀어내 충돌을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조선과 충돌을 막기위해 1.7마일의 거리를 두고 운항을 했으며 유조선이 통상 항로상에 정박해있었던 점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던 한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유조선측은 사고 직후 연합뉴스에 보낸 자료를 통해 "당시 대산항만청이 지시한 장소에 정박해 규정에 따라 올바른 정박 감시와 정박 신호를 보냈다"며 "예인선이 유조선 지척으로 다가오며 진로 상황이 위험할 수 있음을 파악해, 극초단파 통신으로 연락을 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곧이어 대산 항만청과 연락이 닿아 다시 바지선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반응이 없었다"며 "그 사이 이미 예인선단은 유조선 뱃머리로 향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바지선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크레인이 유조선으로 다가와, 피하려 했으나 26만4000여t에 달하는 자체 중량과 길이 338m에 이르는 유조선을 이동시키기에는 시간이 충분치 못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을 떠나 사고 1시간여전부터에 항만당국, 예인선, 유조선 모두 충돌의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충돌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에서의 무리한 운항과 유조선, 항만당국 등의 안일한 판단 때문이란 비난과 책임은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7시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 정박중이던 홍콩선적 14만6000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을 적재한 1만1800t급 부선이 충돌하면서 유조선 왼쪽 오일탱크 3개에 구멍이 나 1만500㎘(8천t 추정)의 원유가 해양으로 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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