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이 회사 구조본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1일 "삼성에서 일하던 당시 작성된 비자금 관련 그룹 내부 명단을 오늘 수사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후 명단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소지한 채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면서 "명단에 이름이 20명이 넘는다. 이제 내가 검찰에 하고자 했던 얘기는 절반 정도 했으니 수사로써 검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의 발언에 비춰볼 때 이 명단에는 그가 주장했던 비자금 차명계좌의 명의자인 삼성 임직원들이나 비자금을 관리하던 그룹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는 이날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 4개와 관련된 거래내역 자료를 금융기관으로부터 전달받아 김 변호사의 진술 및 고발내용, 기타 이 사건 관련 범죄첩보 등에 부합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특수본부는 또한 삼성증권 전산센터와 삼성 SDS e-데이터센터에 특수본부 소속 검사 6명과 수사관 등 40여 명을 투입해 이틀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이 특정 장소를 이틀씩이나 압수수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자료 등이 담긴 저장매체를 직접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파일을 일일이 다운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수본부 김수남 차장검사는 이날 "경우에 따라서는 내일까지도 작업이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부는 전날 삼성증권 본사 임원실과 전략기획실, 직원 사무실 등지에서 확보한 대형 박스 8개 분량의 압수물 가운데 고발 내용과 관련된 문서와 범죄 단서, 증거로 삼을만한 자료들을 추려내고 있다.
삼성증권 본사 압수물에는 업무문서와 전산입력 기록, 컴퓨터 다운로드 자료, 2000년 1월부터 현재까지 비자금 의혹 관련 문서, 업무분장ㆍ직제기구 자료, 임직원들의 이메일 등이 담긴 컴퓨터 저장매체 입력자료 등이 들어있다.
수사진은 비자금 운영이 차명 주식 형태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김 변호사의 진술과 지금까지 수사된 자료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을 지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차장검사는 "삼성 내부 제보자가 압수수색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여러 수사 내용을 종합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부는 해외에 체류중인 삼성SDI 미주법인 전 구매담당 과장 강부찬 씨가 '삼성그룹의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기초적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강 씨에 대해 '입국시 통보조치'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강 씨는 최근 한 주간지와 인터뷰에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해외 비자금을 만드는 일을 했고 그 규모가 3000억 원이 넘는다"며 "삼성 SDI 월드와이드와 삼성재팬, SDI 뉴욕 및 런던 지점 등이 비자금 조성이나 돈세탁에 활용됐으며 돈은 주로 임원들의 차명계좌에 보관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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