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 입시문제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문제를 유출한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 이모(51·수배중)씨의 계좌에서 1천여만원 규모의 뭉칫돈이 발견돼 자금 출처 등을 수사중이라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뭉칫돈과 입시문제 유출 범행과의 연관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나 유출 대가로 받은 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이 돈을 본인 계좌에 입금한 지난달 23일은 경기도내 외국어고 입시출제가 진행되고 있던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씨로부터 문제를 넘겨받은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원장 곽모(41·구속)씨와 교복 납품업자 박모(42·불구속 입건)씨 등 관련자들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분석중이다.
경기지역 9개 외고는 경기교육청 주관으로 지난달 20∼29일 경기 화성 소재 모 리조트에서 입시문제를 공동출제한 후 학교별로 80문제씩 골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30일 입시를 치렀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이메일 서버 로그 기록, 교직원 19명과 학원강사 6명의 통화 내역 분석. 일부 컴퓨터 파일 복구 내용과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기지역 외국어고 합격자 중 이씨가 유출한 입시문제를 접해 시험에 합격한 학생이 김포·명지·안양외고 등 최소 54명에 달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입시 당일인 지난달 30일 새벽 이메일로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원장 곽모(41·구속)씨와 교복 납품업자 박모(42·불구속 입건)씨 등 2명에게 문제를 빼돌렸다.
곽씨에게 유출된 38문항 중 13문항은 입시 당일 아침 목동 종로 엠학원에 다니는 김포·명지·안양외고 응시자 200여명에게 배포됐다.
경찰은 곽씨 지시로 유출 문제를 A4용지 1장 양면에 인쇄한 유인물 170부를 만들어 고사장으로 가는 학원생들에게 배포한 목동 종로 엠학원 부원장 엄모(43·여)씨와 강사 4명 등도 불구속 입건했다.
학원생들에게 배포된 13문항 중 명지외고 입시에는 5문제, 안양외고 입시에는 1문제가 출제됐고 김포외고 입시에는 13문항 모두가 출제됐다.
목동 종로엠학원에 다니는 응시자 중 김포외고 합격자는 47명, 명지외고 합격자는 4명, 안양외고 합격자는 2명으로 알려졌다.
교복납품업자 박씨는 "지난달 23일 평소 친분이 있던 교사 이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자녀의 진학 고민을 토로하자 이씨가 `금년부터 시험문제를 인쇄하는데 내 손에 들어 오면 도와 주겠다'고 제의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씨에게 유출된 문제는 이번에 김포외고 입시를 치른 박씨 딸에게 전달됐으며, 박씨 딸은 시험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문제를 보고 입시를 치른 뒤 합격 통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유출된 문제를 접한 외고 수험생 54명을 전원 불합격 처리하는 등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경찰은 또 달아난 교사 이씨가 예전에 재직하던 명지외고에서도 학생 10여명의 부정입학에 관여했으나 학교측이 이씨와 당시 교장·교감의 사표로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제보를 입수해 수사중이며, 전국 지방경찰청에 특목고 입시 비리와 관련한 첩보 활동을 강화하고 의혹이 확인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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