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파업을 시작한 이래 5개월 만에 인천 전기업체 노사가 단체협약 체결에 합의를 이룬 끝에 치러진 장례식이었다. 정 씨의 분신과 사망 19일 째 되는 날이었다.
정 씨 부친 "두 번 다시 이런 일 없게 되기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장례대책위원장으로 하는 '노동열사 정해진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 경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한강성심병원 인근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 참석한 정 씨의 부친 정윤성 씨는 "악덕업자들이 하는 행태를 견디다 못해 고귀한 생명을 잃고 자식이 저 세상으로 갔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되기를"이라고 소망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조사에서 "비통한 심정 숨길 수가 없다"며 "왜 생산의 주체인 노동자가 주 44시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목숨을 던져야 한단 말이냐.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산재가 만연한 현장에서 폭염과 혹한 속에서 하루 8시간 노동도 보장 받지 못하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전깃줄에 매달렸던 열사의 유훈을 기필코 실천하겠다"며 "80만 조합원이 대선투쟁을 승리해 민주노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얼마전 서울지역 건설노조와의 간담회에서 조합원들이 '우리 건설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 아니냐. 민주노동당이 건설현장을 제대로 아느냐'고 질책하는 말을 들었다"며 "비정규 노동자의 한을 푸는 민주노동당이 되기 위해 대선과 총선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파업 5개월 만에 '간신히' 단체협약 체결
영결식을 마친 정 씨의 운구 행렬은 오전 11시 인천 영진전업 앞 노제를 치른 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한국전력 협력업체들과 인천 건설노조 전기원분과는 지난 10일 △노동조합 인정 △주44시간 노동 및 토요 격주 휴무제 실시 △근로기준법 내용 명시 등이 담긴 단체협약과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밖에 노사는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및 차별금지와 파업 기간 발생한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취하하기로 했다.
지난 6월 19일 시작돼 정 씨의 분신 전까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던 전기원분과의 단체협약 체결이 정 씨의 죽음 이후 어렵게 마무리된 것이다. 정 씨의 장례식을 지켜보던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단체협약은 법에도 보장된 당연한 권리인데 사람이 죽어야만 이뤄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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