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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을 다룬 최고의 영화, 웃기면서 울리고 울리면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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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을 다룬 최고의 영화, 웃기면서 울리고 울리면서 웃긴다

[뷰포인트] 김현석 감독의 코미디 영화 <스카우트>, 새로운 발견

영화의 최초 홍보 당시 <스카우트>는 '임창정 식 코미디'에 한국판 <제리 맥과이어>를 섞은 코미디 정도로 알려졌지만, 기자시사회 때 처음 모습을 드러낸 <스카우트>는 뜻밖에도 '광주'를 다룬 영화였다. 하긴 예고편에서 1980년이라는 자막이 황급히 지나가는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혹시?'라는 의심을 했을 법하다. 선동열이 누구인가. 광주일고 출신의, '광주의 아들'이자, 연고지를 전라도에 둔 '해태'의 간판투수가 아니었던가. 영화가 처음 시작하면서 뜨는 자막, 즉 "이 영화는 99% 픽션입니다" 라던가 "이 영화는 광주항쟁 '직전'의 열흘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같은 자막, 혹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원래 멜로고 홍보도 초지일관 멜로 컨셉인데요. 아닌가요?"라던가, "주인공의 선동열 스카웃을 가장 어렵게 하는 장치로서 광주항쟁을 끌어왔습니다."라는 식의 천연덕스러운 감독의 멘트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다'라는 수사법을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스카우트
물론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공수부대가 투입된 광주항쟁이 아닌, 광주항쟁 바로 그 직전을 다룬다. 영화는 대학 야구부 직원인 호창(임창정)이 고3 괴물투수인 선동렬을 라이벌 대학에서 스카웃 하기 전에 나꿔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임무를 띄고 광주를 향한다. 이때가 5월 8일. 그는 모처에서 비밀훈련을 하고 있다는 선동렬의 행방을 캐고, 그의 부모에게 접근해 환심을 사기 위해 라이벌 대학에서 파견나온 스카우터의 방해공작을 피하면서 온갖 시도를 다 한다. 한편 그는 알쏭달쏭한 이유로 7년 전 사라져버린 옛사랑 세영(엄지원)을 광주에서 만나고 새삼 상처를 추스르는데, 여기엔 또 세영을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건달 출신 곤태(박철민)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영화의 반은 호창이 각각 라이벌 스카우터와 곤태와의 긴장관계 속에서 선동렬을 얻기 위해, 그리고 세영의 속마음을 알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험이 만드는 '상황 코미디'가 된다. 그리고 바로 세영을 통해 호창과 곤태 모두 광주항쟁의 씨앗과 연결된다. 이 영화에 의하면 호창(임창정)과 곤태(박철민)가 경찰서를 '털었기' 때문에 계엄령이 확대되고 공수부대가 투입됐고, 그들이 경찰서로 몰려간 것은 이들 모두가 사랑했던 여인 세영(엄지원)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일부 엄숙주의자들에게는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스카우트>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참회하고, 이를 용서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김현석 감독은 '임창정 코미디'와 '선동렬', 그리고 '광주'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세 가지 코드를 성공적으로 한 영화 안에 엮어내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마치 <포레스트 검프>에서 그러했듯 '광주'를 아주 가까이에서,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만든다.
스카우트
〈YMCA 야구단>에서 이미 확인됐듯 김현석 감독 특유의 너스레는 우리에게 역사 속의 '투사'의 이미지로만 박혀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광주항쟁을 정면에서 다루기는 했지만 광주의 무게에 눌려 오히려 광주 시민들을 박제화 해버린 감이 있는 <화려한 휴가>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너무나 쉽게 뛰어넘으면서도, <스카우트>는 지극히 대중적인 코드 안에서 민감할 수도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적절하고도 균형감 있게 잘 풀어냈다. 뿐만 아니라 상처뿐인 우리의 현대사에 대해, 과거를 청산하는 방식에 대해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반의 다소 지지부진한 진행이나 지나치게 희화화된 곤태의 캐릭터가 주는 낯간지러움 등과 같은 다소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매우 소중하고 '기특하게' 여겨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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