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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해진의 죽음, 한국전력이 나서라"

분신·사망 열하루 째, 3000여 명 모여 노동자대회

인천에서 일하던 전기공 정해진 씨가 분신·사망한 지 6일로 열하루 째다. 정 씨가 속해 있던 건설노조 인천전기원분과의 파업은 이날로 141일 차다.

"인천 전기원 파업은 정당하다"고 외치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유해성(영진전업 대표)을 구속하라"던 정 씨의 마지막 외침이 불꽃 속에 사그라든 지 어느덧 열흘이 넘었지만 인천전기원분과와 한국전력 협력업체들 사이의 단체협약 체결은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과 건설노조가 주 44시간 근로, 격주 토요 휴무 보장, 노조 인정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정 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못 박은 가운데 이날 오후 30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 모여 "한국전력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전력, 정말 아무 것도 모르십니까?"
▲ 3000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6일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 모여 "인천전기원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프레시안

이들이 한국전력을 지목하는 것은 전기공들이 소속된 회사가 모두 한국전력의 수주를 받아 전기 배선 등의 일을 하는 한전의 협력업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 만연한 하도급 구조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협약 체결 문제는 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이날 집회에서 "전 국토에 거미줄처럼 있는 전깃줄은 누가 설치했냐"며 "한국전력이 발주하고 관리업체 통해 보수도 하는 것인데 정말 한전이 '나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남궁현 위원장은 이어 "협력업체 선정도 한전이 스스로의 기준으로 한 것이고 협력업체 관리 내부 규정도 있다. 그런데 한전은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정해진 열사가 분신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는지 한전이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정해진 열사는 '유해성을 구속하라'고 했지만 한전이 최종 책임을 지는 만큼 유해성이 아니라 한전 사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진, 죽을 만큼 살고 싶었을 것"

이날 집회에서는 고(故) 정해진 씨가 속해 있던 인천전기원분과의 석원희 분과장이 무대 위에 올라 정해진 씨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설명하자 참석자들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석원희 분과장은 "정해진은 지난해 산재를 당하고 보상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 때문에 월급이 깎이게 되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 8월 다시 입국해 바로 우리 파업에 합류한 그는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빨리 건너와 함께했을 텐데 미안하다. 앞으로 10배, 100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프레시안

정 씨는 동료들의 파업에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지난 추석 연휴에도 "동생들이 그동안 애썼으니 연휴 기간 천막 농성장은 내가 지키겠다"며 다른 동료들을 모두 고향으로 보냈다고 석 분과장은 전했다.

석 분과장은 "그는 죽을 만큼 살고 싶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동료들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는 현장에서 일하게 해주려고 가신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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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체결될 때까지 장례 안 치른다"

참석자들은 정 씨의 마지막 유언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정 씨의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오후 4시 경 한국전력 정문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고 5시 경 삼성역 사거리를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강제진압을 예고하자 이들은 5시 30분 경 자진 해산했다.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유해성을 구속하라."ⓒ프레시안

▲ 삼성역 사거리를 막고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 경찰이 쏜 물줄기가 한 노동자의 가슴으로 정면으로 꽂히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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