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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고, 강의석 씨에게 1500만 원 지급하라"

법원 "학교가 학생의 종교선택 자유 침해"

학교가 학생에게 종교행사를 강요했다면 학교 측이 학생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의 주인공은 서울 대광고등학교 재학 당시 종교수업 수강 의무를 거부해 사회 이슈화 시켰던 강의석(21) 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단독 배기열 부장판사는 5일 "학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대광고 재단과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광고는 원고인 강의석 씨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 씨는 당초 대광고 측과 학교를 감독하는 서울시 교육청의 상급기관인 서울시를 상대로 5000만100원을 위자료로 지급할 것을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서울시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 종교선택의 자유가 학교 종교교육의 자유보다 우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교육의 자유도 포함되므로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면서도 "그러나 종교교육의 자유가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형태를 취할 때는 교육관계 법령상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교 등을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교육 시스템 속의 학교로 존재하는 한 선교보다는 교육을 1차적인 기능으로 삼아야 하고, 선교를 이유로 학생들이 누려야 할 교육권·학습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특정 교리와 의식을 주입하거나 강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종교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종교를 믿고 안 믿을 자유, 신앙고백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 신앙·불신앙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 자유 등을 포함하는 신앙의 자유를 본질적 요소로 한다"며 "원칙적으로 학생의 신앙의 자유는 학교를 설립한 종교단체의 선교나 신앙실행의 자유보다 더 본질적이며 인격적 가치를 지닌 상위의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주요 대도시의 경우와 같이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에 의해 본인이 신앙하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학교가 강제로 배정되는 제도 아래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매일 아침 담임교사가 입회한 가운데 5분 정도 학급 부회장인 종교부장 등의 인도 아래 '찬송-묵도-성경구절 낭독-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건회 시간'과 학생들 전부를 학교 강당에 집합시켜 1시간가량 '묵도-찬송-사도신경낭독-대표자기도-성경봉독-찬송-목사설교-축도'의 순으로 진행되는 '수요예배'는 원고를 비롯한 기독교를 신앙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본인의 진정한 의사와 상관없이 사실상 참석이 강제돼 왔다"며 "이런 행사는 어느 학교나 시행하는 통상적인 학교 행사라기보다는 특정 교리와 의식을 주입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를 비롯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적이 거의 없으므로 종교의식 참가를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기본권의 중대성과 고등학생들이 미성년자로서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무능력자임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해서 곧바로 동의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퇴학처분 징계권 남용, 위자료 1000만 원"

재판부는 종교행사 강요에 의한 피해를 500만 원으로 산정했고, 학교 측이 강 씨에 대한 퇴학처분을 징계권 남용으로 판단해 위자료 액수를 1000만 원으로 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 씨는 '담임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해 반발하고 불손한 태도를 보
▲ 지난 2004년 퇴학처분을 받았다가 소송을 통해 복학했을 당시의 강의석 씨 모습. ⓒ연합뉴스

였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원고가 저지른 잘못의 내용이나 정도 등에 비춰 징계처분의 내용이 현저히 중하다"며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징계권의 남용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 교육청이 감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강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한' 행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국가배상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강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강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는 대광고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청이 나서서 각 학교에 팽배해 있는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함으로써 다른 학교에서도 이제는 종교 강요를 하지 않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 씨는 지난 2004년 대광고 3학년 재학 당시 학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1인 시위 등을 벌이다 그해 7월 퇴학처분을 받았으나, 퇴학처분 무효 소송을 통해 복학한 뒤 2005년 2월에 졸업했으며 이후 서울대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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