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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착잡...마침내 금단의 선도 지워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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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고 착잡...마침내 금단의 선도 지워질 것"

[정상회담] 노 대통령 군사분계선(MDL) 넘던 순간

노무현 대통령이 2일 분단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통과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떠났다.

이날 오전 8시 경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를 떠난 노 대통령은 경호차량의 경호를 받으며 강변북로를 거쳐 출발 1시간 여 만인 오전 9시 군사분계선 약 30m 전방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행사를 위해 특별히 표시된 노란 색의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 놓고 있던 장벽"이라며 "내가 이번에 대통령으로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 내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고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던 순간의 현장 모습이다.
▲ 군사분계선으로 걸어가는 노무현 대통령 내외 ⓒ뉴시스

오전 9:00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탑승한 전용차량이 군사분계선 전방 30m 앞에 도착했다. 경호인력과 취재진들이 준비를 마친 뒤 노 대통령 내외는 차량에서 내렸다.

노 대통령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만복 국정원장 등의 배웅을 받으며 이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했다.

이 때 군사분계선 너머로는 노 대통령의 일행을 영접하기 위해 북측에서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이 나와 있었다.

오전 9:02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보좌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노 대통령은 9시 02분 경 "한 마디 하고 넘어가죠?"라고 물으며 마지막으로 남쪽을 바라보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국민 여러분, 오늘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날이라서 가슴이 무척 설레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보니 또한 심경이 착잡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여기 있는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입니다. 이 장벽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우리 민족은 너무 많은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또한 발전이 정지돼 왔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수고해서 이 선을 넘어가고 또 넘어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입니다. 장벽은 무너질 것 입니다. 저의 이번 이 걸음이 금단의 벽을 허물고 민족의 고통을 해소하고, 고통을 넘어서서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오전 9:05
▲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란 색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기에 앞서 노 대통령과 권 여사는 남측 취재진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군사분계선 위에서 노 대통령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마침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관할지역으로 넘어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북한 것은 분단 사상 처음으로, 역사적인 이 장면은 TV를 통해 생중계됐고, <CNN> 등 외신들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북측의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북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복을 차려 입은 북측의 여성들이 노 대통령 내외에게 "대통령 선생,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꽃다발을 건넸다.

이 꽃다발을 건네받은 노 대통령은 권 여사에게 "가만히 있어봐. 꽃다발 주신 분들과 사진 한 번 찍자"고 즉석에서 제안해 두 명의 북측 여성들과 노 대통령 내외는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오전 9:08

사진 촬영을 마친 노 대통령 내외는 뒤따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전용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노 대통령은 차량 탑승에 앞서 "잘 다녀오겠다"며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인사했다.

북측에서는 남측의 대통령 경호실에 해당되는 호위총국 요원들이 노 대통령의 경호에 협조했다.

오전 9:10

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다시 경호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출발했다. 노 대통령은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따라 평양으로 움직이게 된다. 평양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MDL 통과 표시석 세워

지난 1948년 4월 19일 백범 김구 선생이 남북 통일정부 수립을 촉구하며 평양에서 열린 남북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8선을 넘어갈 때도 이 육로를 이용했다. 김구 선생은 방북하던 중 38선 푯말에서 잠시 내려 기념촬영을 했다.
▲ 북측으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노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는 경의선 도로의 군사분계선(MDL) 앞 남측지역에 '2007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는 표지석을 설치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표지석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도보로 MDL을 통과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1일 세워졌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져 있다.

표지석에는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 2007년 10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세 줄로 쓰여 있다. 표지석은 높이 110㎝의 돌로 된 좌대 위에 가로 360㎝ 세로 180㎝ 두께 55㎝ 크기로 설치됐으며, 경기 북부의 포천석으로 만들어졌다.

표지석은 남북출입사무소(CIQ) 통과 후 북측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남측 제2통문 바로 앞의 왕복 4차선 도로 중앙 분리대에 세워져 있다. 제2통문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과 일치해 표지석은 DMZ 바로 앞에 세워진 셈이다.
▲ 2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넘은 후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가는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는 92년 건설된 것으로 길이 170km, 왕복 4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터널 18개와 교량 112개, 톨게이트 13개, 휴게소 1개소가 있으며 전 구간 경사도가 완만하다.

아스팔트 부족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상태인 점과 방북차량의 행렬을 감안할 때 평양까지 2시간 30여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 일행은 수곡휴게소에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한 뒤 11시 30분 경 평양 입구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만나 북한군(조선인민군)의 사열을 받는 등 공식 환영행사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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