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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우스꽝스럽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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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우스꽝스럽다, 미쳤다"

참여연대 "돈이 법보다 무거운가"…사법부 맹비난

"돈이 법보다 무겁다"

참여연대는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최근 잇따라 내려진 재벌 총수들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는 "돈과 사법정의를 맞바꾼 판사와 판결을 국민과 함께 거부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판결비평을 통해 정몽구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및 사회봉사명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주관하는 판결비평 프로그램인 '광장에 나온 판결' 2007년 6호에서는 하태훈 고려대 법대 교수,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비평을 맡았다.

하태훈 교수의 지적이 날카롭다. 하 교수는 비평 서두에 "패턴이 바뀌었다. 쫑긋 세우고 부릅뜬 이목(耳目)이 있으니 더 이상 유전으로 무죄가 되지는 않는다. 유죄는 유죄로되 유전이면 자유이고 무전이면 교도소 수감이다"라고 적었다. 정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은 아니지만, 집행유예를 통해 인신의 자유를 부여한 점을 정확히 꼬집은 것이다.
▲ 대법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참여연대 회원들. 저울의 추가 '법' 쪽이 아니라 '돈' 쪽에 기울어져 있다. ⓒ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법정에서 휠체어를 타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재벌들을 비꼰 것에 대해 하 교수는 "피고인 쪽에서 보면 '돈으로 산 자유'지만 그 보도가 '돈에 팔린 사법정의'로 읽힌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특히 '정몽구 회장의 감옥행=국가경제의 위기'로 판단한 재판부에게 "재판부가 끌어들인 어설픈 경제논리로 현대기아차의 1인 지배를 만천하에 인정해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기업총수를 교도소로 보내면 그 기업이 망하고 한국경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접촉했다는 몇몇 시민의 순진한 생각인가"라며 "그런 논리로 경제단체가 사법부를 협박하면 사법부는 기업인들에게 솜방망이 처벌희 혜택을 부여해왔기 때문에 생긴 도식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정남구 논설위원도 "정 회장이 실형을 살 경우 나라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논리는 비약이 심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 위원은 "증거를 중시하는 법원이, 법관 한 사람의 막연한 감에 의존해 판결을 한 것인가?"라며 "만에 하나 나라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그것은 법원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이번 판결은 법원 판사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널리 감염돼 있던 '나라경제염려증'이 도져나온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도리가 없다"며 "법원이 진실로 나라 경제를 걱정했다면, 전근대적인 기업경영 관행에 단호히 제동을 걸었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교수는 두 사람보다 표현이 더 거칠다. 전 교수는 비평 첫 머리에 "법원이 미쳤다"고 썼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에 대한 사회봉사명령에다가 김승연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까지 완전히 작심을 하고 내달리고 있다"며 "고삐 풀린 망아지가 따로 없고, 탈선한 폭주 기관차가 오히려 점잖아 보일 뿐"이라고 재판부를 비난했다.

전 교수는 또 "판사는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노라고 호언했다"면서 "이런 판결이 법원 전체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면 그의 상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알고서도 그러한 판결을 내렸다면 그의 양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주주의 돈을 훔친 사람이 그 돈을 사회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해준다면 이 세상에 절도나 횡령으로 콩밥을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하 교수는 "사회환원하라는 8400억 원은 불로소득이거나 불법소득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도 아까움이 없는 돈"이라며 "의당 과징금 등으로 추징돼야 할 재산"이라고 지적했고, 정 위원은 "사회공헌 약속은 정 회장에게서 나온 것이지, 법원이 먼저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법정에 서게 될 부자 피고인들이 '사회공헌기금'을 선택하면 법원은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사법부에 물었다.

정 위원은 비평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일도‧이부‧삼백'이란 말이 있다. 수사기관에 불려갈 일이 생기면 우선 도망치고, 어쩔 수 없이 불려가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권력 배경을 동원하라는, 사법제도에 대한 비아냥을 담은 말이다. 이제 그 뒤에는 '사쩐'을 덧붙여야할 듯하다. '권력 배경을 동원해서도 안 되면 돈(쩐)을 내면 풀려난다.' 이번 판결을 '사쩐 판결'이라고 부르고 싶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의 정몽구 회장 및 김동진 부회장에 대한 판결문 중 양형판단에 관한 부분과 정남구 논설위원, 하태훈 교수, 전성인 교수의 비평문 전문을 함께 싣는다.

서울고법 형사10부 정몽구 회장, 김동진 부회장 판결문 부분(양형 이유 및 종합판단)

☞ <판결비평>에 실린 관련 판결 비평문

-"일도, 이부, 삼백, 사쩐"(정남구 논설위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는가?(하태훈 교수)
-법이 없는 사회를 창조한 법원(전성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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