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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수 "現노동운동, 미래 전략뿐 아니라 이념·노선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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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금수 "現노동운동, 미래 전략뿐 아니라 이념·노선조차 없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주최 토론회서…"87년 체제는 가고 새로운 체제는 빈 자리"

사람들에게 1987년은 '6월항쟁'으로 기억되는 해다. 20년이 지난 2007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6월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올 상반기부터 곳곳에서 열렸다.

하지만 1987년을 '살았던' 사람들은 "'7~8월 노동자 대투쟁'이 빠진 6월항쟁 기념은 이상하다"고 말한다.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빼고 어떻게 6월항쟁을 설명할 수 있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20년 동안의 '민주화'를 얘기하는 순간에도 곳곳에서 여전히 노동자들은 싸우고 있다. 그 해 여름처럼 지난 7~8월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쉴 틈 없이 벌어졌다.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은 12일 이와 같은 오늘날을 두고 "'87년 체제'는 가고 '새로운 체제'는 오지 않은 그 빈자리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미래를 열기 위한 몸부림이 세차게 일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그 이후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갈 길을 내다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진영, 노동운동의 주도권 포기했다"
▲ 87년 노동자대투쟁으로부터 20년, 그 해 여름처럼 지난 7~8월은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쉴 틈 없이 벌어졌다. "'87년 체제'는 가고 '새로운 체제'는 오지 않은 그 빈자리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가운데 미래를 열기 위한 몸부림이 세차게 일고" 있다.ⓒ프레시안

김금수 명예이사장은 이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 주최의 '87년 노동자 대투쟁 20년 산별시대 노동운동의 과제' 토론회에 앞서 미리 배포한 기조강연문에서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우리나라에서 노동계급이 형성된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투쟁이자 대중적 항쟁의 성격을 띠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노동운동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도표이자 획기적 계기"라고 평가했다.

비록 "자연발생적 성격이 강했고 조직 지도력이 취약"했던 등의 몇 가지 분명한 한계는 있었지만 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오늘을 있게 한 역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0년 간 노동운동은 어떻게 발전했고 또 어떤 한계를 드러냈을까?

숫자상으로 노동조합은 늘어났고 민주노총의 출범과 한국노총의 개혁시도를 불러 온 '민주노조운동'도 나타났다. 자연발생적 투쟁에서 조직적·계획적 투쟁으로, 경제투쟁 위주에서 경제와 정치의 결합된 투쟁으로 발전했다.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또한 여러 측면에서 확대·강화됐다.

하지만 김금수 명예이사장은 "조직률은 10.3%까지 저하됐고 앞으로도 조직률이 떨어질 공산이 커 보이며 민주노조진영은 '전투적 노조운동'이라는 허울을 덮어쓴 채 노동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포기하다시피 함으로써 새로운 주체로서의 자기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에 대해서도 김금수 이사장은 "'냉철한 자기성찰'이나 '겸허한 자기비판'을 철저하게 수행하지 않은 채, 운동태세의 쇄신과 창조적 자기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전략을 펼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총파업"으로 "87년 노동자대투쟁보다 한 단계 고양된 정치적·대중적 투쟁"이었던 1996년 12월 총파업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노동운동은 전략적 투쟁 목표의 설정 등의 각종 측면에서 "침체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운동, 미래 전략 없을 뿐 아니라 이념과 노선도 없다"

특히 김 이사장은 "한국의 노동운동은 21세기를 맞는 전환기에도 미래에 대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 시점에서도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말하자면 전략목표 또는 총노선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

김 이사장은 현재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노총에 대해 "사회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계획도 제시하지 못한 채 조직적 논의를 추진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더 나아가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이념이나 노선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노동운동이 지향하는 전략목표가 아직 정립되지 못한 것으로 노동운동 침체 양상을 극명하게 표현하는 현상인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연대'와 관련해서도 "명확한 원칙이나 방침도 설정되지 않은 채, 특정 대선 후보와 연대해서 임기 내에 정책을 수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매우 소극적이며 심대한 우려마저 자아낸다"고 걱정했다.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원칙이나 방침도 없다"

"더 이상 침체와 추락 그리고 위기의 양상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를 위해 김금수 이사장은 "'노동운동의 미래를 위한 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설치하고 전 조직에 걸친 현장토론을 광범하게 조직해 노동자의 불만과 요구, 노동운동의 비전에 대한 의견을 집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으로부터 머리를 모아 가야한다는 것.

구체적인 과제로 아직은 "초보적 시동단계"에 있는 산별노조 체제가 제대로 정착되고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정치운동이며 계급운동"으로서의 정책·제도 개혁을 위한 활동과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도 김 이사장은 현재 전체 조직 노동자의 5% 미만인 민주노동당의 당원 확대 노력, 정당 활동과 대중투쟁의 유기적 결합, 정당 내부 또는 각종 분파 사이의 갈등 해소책 강구의 필요성을 꼽았다.

기업의 울타리 넘어 산별시대로, 그 방향은?
▲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운동이 비로소 빛을 보았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다시 산별시대로의 방향 전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프레시안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운동이 비로소 빛을 보았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은 다시 산별시대로의 방향 전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산별시대로의 전환은 장기간 침체된 노동운동의 새로운 활로로서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의 확대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조직노동 내의 양극화 문제의 해법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일 수는 없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임금격차의 축소를 위해 "산업횡단적 임금체계로서의 직종(직군)별 숙련급"을 제안했다.

"가장 단순한 직무 또는 미숙련 직종의 임금이 산별최저임금인 것을 전제로, 그보다 높은 숙련을 필요로 하는 직무(군)을 분류해 이에 따른 표준임금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정이환 교수는 "이를 통해 근무하는 기업에 관계없이 산업 내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 방안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면서 산별노조에 걸맞는 임금정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금융노조의 우리나라 3대 산별노조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산별노조 운동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이루기는 했으나 그 역량과 기반을 매우 일천하고 취약하다"며 "산별노조운동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노동시장중심의 고용체제를 대체하는 '산업횡단적 고용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산업횡단적 고용체계'란 "노동자의 취업기반이 기업이나 사업장에 의존·종속되기 보다는 산업 차원으로 확대해 노조 주도 하에 일자리 이동을 원활하게 보장하는 취업지원이 제공되고 실업시에도 안정적인 생계보장을 실현함으로써 소속 산별 수준의 고용생활안정성을 구현"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이병훈 교수는 이는 "기업에게는 양질의 숙련노동력 제공과 탄력적인 내부 인력조절이라는 이점을 제공할 것이고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취업능력 제고 및 적극적 취업지원, 생활안정성과 노동복지 향상 등의 혜택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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