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에 반대하는 동네 의원들이 31일 집단 휴진에 들어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집단 휴진 방침이 미리 공고된 데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정상 운영한 덕분에 우려했던 `의료 대란'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병상 수 30개 미만의 서울 지역 동네 의원들은 상당수가 점심 시간 이후 `오후 진료는 하지 않습니다', `의사회 비상회의로 오후 2~5시 휴진합니다'는 등의 휴진 안내문을 붙이고 셔터를 내렸다.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을 공지한 서울 영등포구 A피부과에는 오후 들어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 잇따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병원 근처에 사는 조태희(47)씨는 "갑자기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가려워서 왔는데 병원 문이 닫혀있다. 종합병원까지 가려면 20분쯤 더 걸어가야 해 번거롭지만 몸이 안좋으니 가지 않을 수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중년 남성은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갑자기 병원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강남구 신사동 B내과는 오후 2시부터 업무를 종료하고 진료차 병원을 찾은 환자 5명에게 다른 병원을 이용해 달라며 이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권모(28.여)씨는 장염 증세가 악화돼 회사 근처 동네 의원을 찾았다가 문이 닫힌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권씨는 "상사 눈치를 봐가며 간신히 시간을 냈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허탈했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본연의 의무를 망각하고 자신의 이익이 걸린 일이라면 툭하면 병원 문을 닫는 것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응급의료정보센터에는 이날 오후 들어 현재 문을 연 병원이 어디인지 알려달라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센터 관계자는 "오늘 오후 `근처 의원에 갔는데 문을 안 열었다. 주변에 진료 중인 병원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대부분 의원보다는 큰 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근처 대형병원을 안내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전 진료, 오후 집단 휴진'이라는 대한의사협회 방침에 따르지 않고 소신껏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오전과 오후 모두 문을 연 강남구 삼성동 C내과 측은 "의사협회가 하는 일에 동의는 하지만 휴진을 결의했다고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진료는 어길 수 없는 환자들과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서울 시내 개원 의원 중 오후에도 정상 진료를 하는 곳이 3분의1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 의원 집단 휴진에 따라 대형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가 다소 늘기는 했지만 큰 혼잡은 빚어지지 않았다.
고대안암병원 관계자는 "원래 금요일에는 환자가 가장 적은 날 가운데 하나인데 오늘은 동네의원 휴진 때문인지 주중 수준으로 환자가 많다"면서도 "그래도 미리 예고가 된 일이라 지장이 있을 만큼 혼잡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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