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한나라당이 25일 발의한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31일 낮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벌였다.
***시민단체,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흔들기’ 비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문화개혁시민연대, 한국언론정보학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백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영방송 지키기 국민연대’(이하 방송연대)는 발족식을 겸한 집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파괴음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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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식에서 조성숙 동아투위 위원장은 “29년 전 가을에 선배들이 일어났던 동아일보에서의 싸움이 오늘 다시 재현이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과거의 그늘을 벗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는 KBS에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최승호 MBC 노조위원장은 “이번 싸움은 정당과 방송국의 갈등이 아니라 공영방송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사익집단과 언론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은 조선일보의 지난 대선 날 아침 사설을 ‘공정보도’로 믿고 있으니 진짜로 공정하게 보도하는 공영방송과 신문들은 ‘편파보도’를 하는 것으로 착각할만하다”고 비판했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우리의 투쟁은 단순히 수신료 문제나 노조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언론인들이 80년대에 사석에서 육사와 서울대법대가 결탁한 ‘육·법당’으로 공공연히 부르던 ‘민정당’에 아부를 하던 하수인들이 주축이 된 정당인 사익집단 ‘한나라당’과의 싸움은 한국언론 전체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언론인 출신의 대표적인 독재권력 하수인으로 문광부 장관시절에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이를 이루지 못하자 새롭게 ‘민방’을 허가하는 등 방송의 사영화에 누구보다 앞장을 선 인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회의 참석차 서울에 들렀다가 이번 집회에 동참한 짐 윌슨 국제사무직노조 미디어·영화분과 위원장은 “공영방송 확보를 위한 투쟁은 전 세계의 언론인과 방송인이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는 싸움”이라고 규정하고 “전 세계 방송노동자의 이름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짐 월스 위원장은 “여러분이 완전히 승리할 것을 확신하며 미리 축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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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체제 고사 의도”**
방송연대는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나라당의 공영방송 장악 야욕을 막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공영방송을 길들이고자 한다면 그들에게 돌아갈 것은 국민적 저항 밖에 없음을 분명히 깨닫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연대는 또, "한나라당의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 추진은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KBS에 징수율 저하와 징수비용 증대라는 짐을 지워 결국 공영방송 KBS를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연대는 “한나라당이 지난 6월 발표한 ‘방송개혁안’은 수신료의 폐지는 물론 KBS 2TV와 MBC의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을 담고 있다”며 “이는 공영방송을 모두 상업방송으로 만들어 조선·동아일보와 같은 족벌언론이나 재벌의 손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며 짧게는 내년 총선까지 KBS의 숨통을 틀어쥐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기독교윤리실천운동.녹색미래.매체비평우리스스로,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8개 단체들도 31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대안이 없는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 철회를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이들 성명서에서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어떠한 종합적 공영방송정책의 밑그림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심한 우려를 표명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이 정치적 압박수단으로 급조한 방송법 개정안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며 “수신료 제도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방송의 공영성 강화를 위한 방안마련에 시민사회가 적극 나서 범국민연대를 구성할 것을 제안 한다"고 덧붙여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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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개정안은 총선까지 방송을 괴롭히려는 의도**
KBS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총선까지 방송을 괴롭히겠다는 의도 외에 한나라당에서 방송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K의원이 중앙일보 출신이고 최근 중앙일보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지지하는 사설까지 낸 후 조용히 싸움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을 보면 이번 개정안이 어떤 쪽의 힘을 받아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KBS 노조의 한 간부도 “솔직히 삼성그룹이 예전 TBC 같은 방송사를 다시 차리고 싶어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아니냐”며 “문제는 사영방송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는 오늘 집회와 성명발표에 방송사 중 SBS만 빠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KBS 노조의 또 다른 간부는 “최근 수구언론들이 신문구독료를 올리기로 한 후 수신료에 대한 비난이 며칠간 잠잠 해 지고 있다”고 꼬집고 “여기에 더해 예전에 KBS가 권력의 그늘에 있던 시절 ‘수신료 거부운동’을 주도했던 단체들이 대부분 우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명분과 승산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민단체와 KBS의 움직임에 대해 방송기자 출신인 한나라당 H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당론으로 결정한 것이라 개인적인 답변을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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