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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집토끼'?…'DJ신당'의 분열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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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호남=집토끼'?…'DJ신당'의 분열적 효과

[분석]지역구도와 개혁투표성향, 그리고 대통합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지역에서 95%에 가까운 몰표를 받았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는 호남 민심이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둔 호남 사정은 좀 다르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을 계기로 분열되기 시작한 호남 민심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혼란을 맞이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 지역을 공략해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역구도를 깨고자 했으나, 오히려 호남의 분열을 통해 지역구도를 깨는 업적(?)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DJ 아들 김홍업 의원은 제3지대 신당으로 왔지만...

범여권의 기류는 지난 24일 제3지대 통합신당인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의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대통합' 쪽으로 대세가 기울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3지대 통합신당에 대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난하지만, 사실 제3지대 통합신당을 탄생시킨 주요한 힘은 호남 민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김홍업 의원의 거취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지난 4월 재보선 당선 직후 악수를 나누고 있는 김홍업 의원(왼쪽)과 박상천 대표. ⓒ뉴시스

김홍업 의원은 25일 제3지대 통합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다. 유선호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도 김 의원의 탈당에 합류했다. 이들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통합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 호남민심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와 개혁성향의 시민사회세력을 끌어 모으는 '대통합'을 원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신당 합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합 외에는 길이 없다"고 일찍이 대통합 지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예견된 일이었다. 김 의원의 탈당 배후에 김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을 필두로 호남세력이 상당 부분 제3지대 통합신당에 흡수됐지만, 완강히 버티고 있는 통합민주당이 대세가 기울었다고 선선히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박상천 통합민주당 대표는 25일 광주·전남 광역·기초의원 간담회를 갖고 "당을 떠나서 일신의 안위를 탐하는 것은 배신 행위"라며 "국정실패로 지지층을 한나라당으로 돌아서게 한 열린우리당과 잡탕식 대통합을 할 경우 대선은 하나마나한 것"이라고 탈당세력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또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조순형 의원도 "통합민주당이 독자적 길을 간다면 그를 바탕으로 독자경선에 참여하겠다"며 당 사수 입장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당원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ARS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약 70%가 독자노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카터 대통령이나 만델라 대통령처럼 세계평화나 인권,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김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유종필 통합민주당 대변인도 김홍업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라도 탈당만은 안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간접적으로 김 전 대통령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더이상 DJ만이 개혁세력을 대표하지 못한다"
▲ 제3지대 신당 추진이 공식화된 24일 모인 중도통합민주당 대선주자들. 이들 중 조순형, 김영환 후보는 통합민주당이 독자적인 대선후보를 선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이인제, 추미애, 김영환, 박상천 대표, 조순형, 신국환) ⓒ뉴시스

민주당 내에서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는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이 있지만 이전처럼 절대적이지는 않은 호남에서의 김 전 대통령의 입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대선부터 세대와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성향도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급부상하고, 민주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게된 2004년 총선 결과는 이런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세대와 이념적 성향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호남도 마찬가지. 특히 이전과 달리 '김 전 대통령=진보'라는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 호남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호남 개혁세력들 사이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존재한다. 더 이상 호남 민심이 김 전 대통령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25 재보선 당시 김홍업 씨의 출마와 관련해 호남 개혁세력이 보여준 DJ에 대한 비판이 가까운 사례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할 때 제3지대 신당이 대선 전에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강경파를 모두 흡수해 한나라당과 단일 전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정대철, 정균환 등 이른바 구시대 정치인들이 제3지대 신당 창준위의 공동대표로 나선 것을 놓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도 "차라리 당을 지키는 게 나은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대철 전 의원은 뇌물수수죄로 실형을 살았던 인물이다.

더군다나 어렵사리 뭉친 제3지대 통합신당 내에서도 벌써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10여 명에 달하는 대선주자들의 교통정리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손학규 두 캠프에서는 25일 노골적인 신경전이 전개되기도 했다. 정 전 장관 측은 "손 전 지사가 우리 사람을 빼가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정권 잡아도 상관없다" 50%

여권의 분열만이 아니라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서 "한나라당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마친 민주정우회 회원들이 한나라당 입당원서를 박 후보에게 건네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구(舊) 민주당 출신인사들로 이뤄진 '민주정우회' 소속 회원 505명은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모임의 회장인 김원길 전 의원(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박 후보가 선진화된 민주화와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초대회장을 지낸 민주정우회의 이 같은 파격 행보의 배후에는 '한-민 공조'(한나라당-민주당 공조) 전략이 놓여 있다. 민주정우회는 이전부터 "동서화합을 통해 정권재창출을 하자"면서 한-민 공조에 적극적이었으며, 박근혜 후보 쪽과 이런 구상에 대해 교감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민주정우회 뿐 아니라 호남 출신은 아니지만 민주당 소속이었던 함승희 전 의원도 박 전 대표 지지선언을 했었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줄서기'가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호남 민심의 기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전남일보>가 지난 18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광주-전남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집권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상관없다"는 응답이 43.0%나 됐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 좋다"는 응답도 7.2%였다. 반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27.0%에 그쳤다.

<한국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호남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율은 18.9%나 됐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한 광주지역신문의 기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가 어떤 질문에 당위론적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상관없다'는 것은 일종의 당위적인 응답"이라면서 "반한나라당 정서가 약화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한나라당 지지도로 연결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호남 민심이 분열된다면...

타 지역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하나로 뭉쳐졌던 호남 표심이 여권의 분열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갈 곳을 잃어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97년, 2002년 대선이 각각 30여만 표, 50여만 표의 근소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라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범여권의 단일한 전선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승부는 뻔하다. 여권이 97년과 2002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인제, 정몽준이라는 한나라당 표를 분열시키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여권이 참패를 한 것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도 있지만, 범여권 세력이 분열된 것도 한 몫을 했다.

또 지역구도는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반면 세대와 이념 변수는 투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도 호남민심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02년 대선까지는 '여권 후보=개혁성'이라는 공식이 유지됐지만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도 이같은 공식을 인정해줄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새로움과 비전을 보여줘야만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2007년 대선이 호남민심이 분열해 공고했던 지역구도가 깨지는 선거로 귀결될 것인지는 여전히 숱한 난관을 헤쳐야만 하는 범여권 통합작업과 이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비전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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