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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집권 '의지'만으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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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범여권, 집권 '의지'만으로 될까?

<기자의 눈> '반한나라당' 넘어서는 비전과 정책 있나?

"30대 때는 이사한다고 해도 와보지도 않던 남편이 50대 때는 이사갈 때 혹시나 자기를 버리고 갈까봐 얼른 이삿짐 차 앞자리에 올라탄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지금 범여권 각 진영들은 행여나 자기가 버림받을까봐 얼른 대통합 움직임에 올라타고 보는 모양새다."

최근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가 이렇게 평가했다. 그동안 통합문제에 따르는 지분 다툼으로 큰 진척을 보이지 않던 범여권의 대통합이 24일 소위 제3지대 통합신당인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을 포함한 일부 민주당 세력까지 합류하게 되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반(反) 한나라당 연대'의 중심축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통합을 하겠다면서 각자 몸담고 있던 정당을 뛰쳐나와 만든 당이 두 달 만에 쪼개지고, 다시 제3지대에서 만나 당명조차 한 번에 부르기 힘든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움직임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어지럽기만 하다.

뭐가 뭔지 헷갈리지만 대세 굳힌 '제3지대 신당'

어쩌면 도대체 뭐가 뭔지 헷갈리게 만드는 게 애당초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지난 4년간 노무현 정권 하에서 뱉어놓은 자신들의 말을 유권자들이 기억하고 따져 묻기 시작한다면 참으로 곤란할 정치인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을 비토했던 이들에서부터 노무현 정권에 참여했던 이들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한 세력부터 한미FTA 저지 단식투쟁을 벌였던 이들까지 모두 모이겠다고 한다. 과거는 싹 잊고 '제3지대'에서 말이다.

이날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발족한 이 신당에는 열린우리당 탈당그룹인 대통합추진모임, 통합민주당 대통합 탈당파와 김한길 그룹, 손학규 전 지사 측 선진평화연대, 시민사회진영의 미래창조연대 등 크게 4개 그룹이 참여했다. 창준위에 이름을 올린 현역의원만 84명이다. 내달 5일 공식 출범하면 한나라당에 이은 원내 제2당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덕분에 기존 정당인 열린우리당은 50여석 규모의 원내 제3당으로, 통합민주당은 9석 규모의 초미니 정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단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은 세가 확장되고,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의 세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그룹과 사실상 민주당 내 반(反) 박상천 세력에게 2번째 '팽'당한 통합민주당 잔류세력이 "제2의 분당획책이자 추악한 배신행위"라고 주장해도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박상천 대표는 24일 오전 조순형 이인제 신국환 의원, 추미애 김영환 전 의원 등 당내 대선주자들과 조찬회동을 가졌으나, 이 자리에서 신국환 의원과 추미애 전 의원은 민주당 자체 경선에 대해 "분열을 고착화한다"고 반대했다.

반한나라당을 제외한 공통점은?

이 신당은 공식 창당 후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을 상대로 합당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잡탕식 대통합은 반대한다"는 완강한 입장의 통합민주당과는 협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먼저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합당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수구보수 세력의 집권을 저지하고 정권창출을 이뤄내겠다"는 것. 어느덧 확고한 범여권 선두주자 자리를 차지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에 집권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신념만 가지고 있다면 조화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통합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하지만 집권 의지를 제외하고 제3지대 신당에서는 도무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정당이란 같은 정강과 정책을 기반으로 결성된 정치집단을 말한다. 과연 '반한나라당'을 제외하고 이들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이 극우세력으로부터 '계란세례'를 받을 만큼 전향적인(?) 새 대북정책을 내놓아 큰 차별성을 보이기도 어렵게 됐다.

한미FTA를 비롯한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세력에서부터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진영에 이르기까지 입장이 천차만별이다. 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어도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극구 반대하는 이들에서부터 적극 찬성하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물론 정당으로 공식 출범하고 대선후보를 내는 과정에서 공약의 형태로 정책 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 어떻게든 하나로 모아진다고 하더라도 억지 합의를 이룬 그 정책이 과연 지켜질 것이라 믿어도 될까?

'지지 정당'이 우문이 된 2007년 대선

게다가 통합민주당에 잔류한 대선후보들을 제외하더라도 10명이 넘는 대선후보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합의 도출에 대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손학규, 정동영, 한명숙, 이해찬, 천정배 등 대선주자들이 이날 창준위 출범식에서 한 축사만 보더라도 이들의 다양한 입장 차이가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유시민 의원은 "국민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선출된 후보의 공약을 당의 대선 공약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이 이름과 달리 미래지향적이지만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 유권자의 정치적 지향을 파악하기 위해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고 묻는 게 다소 우문이 됐기 때문이다. 창당 2달 만에 두 쪽이 난 통합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은 철저히 '선거용 정당'이다. 대선을 앞두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모양새로 변할지 모른다.

또 솔직히 미래창조대통합신당 중심의 대통합이 성공할지라도, 이 세력이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반한나라당'은 뿔뿔이 흩어져있던 집권의지로 충만한 범여권의 각 계파를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구호는 될 수 있을지언정 국민들에게 제시할 정치적 비전은 될 수 없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대결구도가 재현돼 한반도 전쟁 위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고, 재벌 친화적인 정책으로 양극화가 심화돼 서민들의 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유로 '반한나라당'을 외치는 것은 전혀 새롭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재벌 친화적 정책이 실시돼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될 대로 심화됐다.

한나라당이 아닌, 자신들이 집권하면 뭐가 달라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실현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에 대한 무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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