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의 산물인 첩보영화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실제모델로 알려진 인물이 향년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영국 가디언지는 15일(현지시간) 영화 속 첩보원 제임스 본드의 실제모델인 페트릭 데즐-잡(Patrick Dalzel-Job) 이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서부의 자택에서 14일 조용히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영화속 007 좋아 안해**
50년대 <카지노 로열>이라는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를 처음 등장시킨 바 있는 작가 이안 플레밍은 여러 사람이 본드의 실제모델이 자신이라고 자처하고 나서자 "페트릭 데즐-잡이 본드의 모델"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원한 당사자 페트릭 데즐-잡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페트릭 데즐-잡이 007에 대해 특히 마음에 들지 않게 여긴 부분은 영화나 소설에서 본드가 바람둥이로 묘사된 점 때문이었다고 한다.
2차대전에 참전해 작전 중에 만난 노르웨이 여성과 결혼했고 군에서 퇴역 후에는 교사로 평범하게 살아온 그는 1980년대에 암으로 아내를 잃고 “평생 한 여자만 사랑했다”고 고백했었다.
***상관 명령 불복, 민간인 구조 하기도**
그러나 바람둥이라는 점만 빼면 제임스 본드와 패트릭 데즐-잡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페트릭 데즐-잡은 2차대전 당시 적진에서 대담한 비밀작전 활동을 벌였으며 소형잠수함을 직접 조정할 수 있었고 뒤로 돌아서 스키를 탈 정도로 스키 실력도 뛰어났으며 낙하산 도약도 잘했다.
또한 그는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상관들의 지시도 잘 따르지 않았다.
그가 2차대전 당시 노르웨이 북부 항구도시 나르빅에서 복무할 때 독일군의 보복공격이 있기 직전 “민간인과 연관된 일을 하지 말라”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어선으로 구한 일화는 유명하다.
***첩보영화 좋아하지 않아**
작가 이안 플레밍과 그가 조우하게 된 것은 2차대전 중 해군에서 신분을 감추고 비밀강습작전을 수행하는 요원으로 함께 활동할 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함께 활동한 동료였던 쟌 얄랜은 페트릭을 “가장 용기가 있으면서도 자제력이 있던 요원”으로 기억하고 있다.
페트릭은 교사로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고 TV의 첩보영화도 좋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전에 “만약 당신이 흥분되는 삶을 살았다면 거기에 대한 소설을 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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