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나라당은 "최대한 빨리 단기 체류자는 물론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번 대선에서는 유학생, 상사원 등 단기 체류자에게만 투표권을 허용하되, 내년 선거부터 장기 체류자인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며 한나라당 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단기 체류자부터 선거권을 주자는 열린우리당의 제안은 재외동포 전체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을 때 불리할 것을 우려한 '손익 계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측은 '투표 관리의 현실적 어려움'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해외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가능성이나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선거 관리의 어려움을 감안해 단기 체류자부터 투표권을 주는 절충안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국적 재외국민 285만 명, 외국 국적 합하면 664만 명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재외동포들의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판단한 한나라당은 가급적 빨리 영주권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기를 바라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이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5년 1월 기준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은 단기체류자 114만여 명, 영주권자 171만여 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재외국민 거주자가 가장 많은 곳이 미국으로 장·단기 체류자 1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미주 거주자를 '보수 성향'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 통계는 '대한민국' 국적 기준으로, 일본의 '조선적' 동포나 중국, 구 소련 지역의 동포들까지 합하게 되면 재외동포의 숫자는 664만여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외통부 조사(2005년)에 따르면 중국이 244만여 명, 미국이 209만여 명, 일본이 90만여 명, 구 소련 지역이 53만여 명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간의 관계, 국내 사정, 현지 생활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외국국적의 이들 동포들이 당장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국의 재외동포 정책 강화' 등을 요구할 때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영주권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것은 거주 국가에 적응해 살아가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투표권을 주는 것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들 외국 국적 동포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투표권이 인정됨에 따라 이들의 '국적 선택'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일동포 단체 관계자는 "'무국적' 상태인 '조선적'의 재일동포들은 어디에도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재일동포 정책의 변화 등을 요구하며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구소련 지역의 동포들도 모국 지원이나 정착을 기대하며 한국 국적으로의 변경을 고려하는 등 상당한 혼란과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표권 '국적 개념' 변화…진일보
한편 이번 재외국민 투표권 인정은 투표권을 '거주' 개념이 아닌 '국적' 개념으로 바꿨다는 데 있어서 진일보된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92개 국가가 재외국민의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고 있으면,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 중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터키, 멕시코, 헝가리 등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OECD 회원국 중에는 미국·호주·오스트리아·벨기에·캐나다·덴마크·프랑스·독일·그리스·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뉴질랜드·포르투갈·스페인·스위스·영국·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 등 20개국이 단기체류자와 이중국적자, 영주권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 중 6개국(캐나다·덴마크·독일·뉴질랜드·스웨덴·영국)은 체류기간과 국내주소 등록 여부, 출국전 투표의사 표시 여부 등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재외국민 투표권 인정 방식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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