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나잇 ⓒ프레시안무비 | |
영화는 복잡한 구조로 돼있지 않다. 겨우 4명에 불과한 '붉은 여단' 조직원이 알도 모로 전 수상을 유괴,납치해 제멋대로 프롤레타리아 재판을 한 후 50여일간을 억류해 놓고 있다가 결국 살해한다는, 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재현하고 있다. 드라마적 구성이라곤 이 얘기 전체를 납치극에 참여한 20살짜리 여성 키아의 시점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 정도다. 그렇지 않았으면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을 만큼 밋밋하고 평면적이다. 당시 사건에 대해 극도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벨로치오 감독의 태도가 느껴진다. 벨로치오는 이탈리아에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좌파 감독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종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상업영화 감독으로, 다분히 우향우의 자세로 변신을 한 것과 비교되곤 한다. 베르톨루치처럼 우파로 변절하기 보다는 벨로치오처럼 좌파임을 반성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맞고 또 옳은지는 각자가 판단할 문제다. 영화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어 신세대 관객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시 '붉은 여단'이 알도 모로를 납치한데는, 그가 유럽 정치인으로서는 거의 최초로 좌우 코아비타숑, 그러니까 좌우 합작정부를 구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독민주당 당수로 합리적 우파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이탈리아 공산당과 손을 잡고 갈라진 국론을 봉합하려 애썼다. 그래서 일부 우파로부터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으며 또 일부 좌파로부터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우파기회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붉은 여단'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당시 '붉은 여단' 사건은 역설적으로 좌파 맹동주의와 극단적 공산주의자를 솎아내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운동의 몰락을 재촉하는 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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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이런 얘기는 다 필요없고, 벨로치오는 왜 지금에 와서 케케묵은 당시의 사건을 들춰내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일까. 세상 곳곳에서 지금 갖가지 테러가 자행되고 있고, 그럴 때마다 정치적 이유와 이념적 명분이 앞세워진다. 테러를 자행하는 자들이나 거기에 복수하는 자들이나 모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을 뿐이다. 벨로치오가 얘기하려고 한 것은 바로 그점이 아닐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굿모닝,나잇>같은 영화가 더 나은 정치인과 지도자를 선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영화는 종종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며 여행길은 늘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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