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뭐니뭐니해도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매년 여름만 되면 연쇄살인범과 귀신과 뱀파이어가 밤길을 돌아다니고 시체가 벌떡 일어나며 이쪽에선 '피와 살이 튀는' 축제가 벌어지고, 저쪽에선 음산하고 우울한 기운이 목 뒤를 슬금대며 감싼다. 올해 극장가에는 과연 어떤 영화들이 더위를 식혀줄까? 지난 5월 23일 '사극호러'를 표방한 <전설의 고향>이 올해의 첫 호러영화로 개봉한 이래 한국호러는 물론 베트남에 가서 찍은 한국호러와 미국호러, 태국호러까지, 다양한 장르와 국적의 영화들이 개봉을 했거나 대기중이다. 국내 영화들은 소재와 경향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체로 스릴러의 형태를 띄는 작품들이 많고, 이중 메디컬 스릴러는 두 편이나 된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아닌 낯선 시대, 낯선 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세 편이나 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므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신인감독들의 데뷔작들로서, 과연 국내 호러팬들의 '오래된' 갈증을 얼마만큼이나 채워줄 수 있을지, '혹시나'가 실망의 '역시나'가 되지는 않을지, 호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이미 개봉한 영화 두 편은 모두 기대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전설의 고향>은 전통의 '처녀귀신'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개봉 전에 큰 관심을 모았지만 개봉 후 역시나 한국의 처녀귀신마저 다시 사다코가 돼버렸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태국영화의 힘을 알리는 한편 <디 아이>로 동양식 공포의 새로운 호러 스타일을 선보였던 옥사이드 팡, 대니 팡 형제가 헐리웃에 진출해 만든 첫 영화 <메신져 - 죽은 자들의 경고>는 전형적인 '유령의 집' 모티브를 사용한 영화하면서 장르영화의 관습만 반복할 뿐 새로운 시도나 자신만의 스타일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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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나란히 개봉하는 두 편의 호러 영화 중 <4.4.4>는 <미션>, <시티 오브 조이> 등의 롤랑 조페 감독이 연출한 호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된 유명 여배우가 지하밀실에서 깨어난 뒤 범인이 던져주는 열쇠를 가지고 수수께끼를 풀며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검은 집>은 싸이코패스를 전면에 등장시킨 영화로, 인기 베스트셀러인 기시 유스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7, 8월에 차례대로 개봉할 호러영화들에는 메디컬 스릴러의 형태를 띈 영화가 두 편이 있고(<해부학교실>, <리턴>), 역시 병원을 무대로 하기는 하지만 일제시대가 시대적 배경인 <기담>과 같은 영화도 있다. <리턴>은 애초에 '천 개의 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영화로 '수술 중 각성', 즉 수술 직전이나 도중에 마취에서 깨어나는 현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역시 의사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해부학 교실>은 제목 그대로 해부학 실습에 참가한 의대생들과 교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테리로, 전형적인 도시괴담인 '시체실에 갇힌 의대생' 모티브로 시작한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서양식 병원에 도쿄 유학생 부부가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을 다룬 <기담>은 인상깊은 티저 포스터를 선보여 네티즌들에게 호기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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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는 저주받은 가문에서 태어나 주변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여자가 운명에 맞선다는 이야기로, 강경옥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가족, 남자친구 중 주변의 누가 자신을 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운명에 맞서 싸우는 강한 여주인공이 등장하며, 한국 영화계에 떠오르는 샛별인 윤진서가 주연을 맡았다. <령>을 연출했던 김태경 감독의 두번째 영화인 <므이>는 조금 독특하게도 베트남 올로케이션으로 찍은 영화다. 제목인 '므이' 자체가 베트남 말로 숫자 10을 뜻하기도 하고 베트남 소녀들에게 흔히 붙여지는 이름이기도 하다. 베트남에 건너간 소설가가 비밀을 간직한 초상화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해외 호러영화로는 원래 2005년작으로 전세계 호러팬들에게 극찬을 받고 뒤늦게 극장개봉을 하는 미국 호러 <디센트>와 샴 쌍둥이를 소재로 한 태국호러 <샴>이 있다. 팽 형제 말고도 태국호러의 힘을 증명한 <셔터>의 두 감독, 팍품 웡품과 반종 피산타나쿤이 다시 팀을 이룬 <샴>은 태국에서 개봉 당시 역대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므이>와 같은 날 개봉함으로써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호러끼리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디센트>는 현재 국내 호러팬들이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사실 자체에 고마움을 표할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영화다. 폐쇄공포를 일으키는 동굴 안에서 6명의 여성들이 겪는 피범벅과 공포의 액션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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