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문학의 두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30년 동안이나 서로 말도 안한 원수 사이라는 걸 아시나요?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마르케스와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요사는 현대 남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한때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이들은 서로 등을 돌리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굳게 입을 다물어 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들의 불화 원인을 짐작케 하는 2장의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고 13일 보도했다.
마르케스의 친구 로드리고 모야는 마르케스의 80회 생일을 맞아 30년 동안 간직했던 흑백 사진을 공개했다. 1976년에 촬영된 이 사진들은 '멍든 눈의 끔찍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사진 속의 마르케스는 왼쪽 눈 아래에 멍이 들어 있었으며 코에도 상처가 있었다.
불화의 이면에는 다름아닌 여자 문제가 얽혀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인 1976년. 남미의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영화 시사회를 위해 멕시코시티에 모였다. 영화 상영 후 마르케스는 요사를 반갑게 껴안았지만 요사는 "바르셀로나에서 내 아내에게 그런 짓을 하고서 나한테 어떻게 인사를 할 수 있느냐"며 마르케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이틀 후 마요는 마르케스의 멍든 눈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연인즉, 마르케스와 요사가 바르셀로나에 살던 당시 마르케스 부부가 남편의 바람으로 실의에 빠진 요사 부인을 위로해주고 요사와 이혼하라고 충고해줬다는 것.
스웨덴 여성과 사랑에 빠져 아내와 자식을 버렸던 요사는 그 이후 부인에게 돌아왔고 부인으로부터 모든 일을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요사의 분노 뒤에는 더 큰 배신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연이야 어찌됐던 한바탕 싸움 이후 이들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다른 길에 걷게 된다. 마르케스는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와 우정을 키우며 좌파 작가로 이름을 날렸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요사는 우파 후보로 페루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역시 세월이 약인가. 최근 요사가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발행 40주년을 기념해 서문을 써주는 등 이들 사이에 화해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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