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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사랑, 그것만이 지금의 세상을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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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사랑, 그것만이 지금의 세상을 구원한다"

[뉴스메이커] 영화 <황진이> 만든 장윤현 감독 인터뷰

장윤현 감독과 단 1분이라도 얘기를 해보면 이 사람, '말발'이 보통이 아니며, 그래서 참 똑똑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몇 년 차 기자인가, 몇 년째 영화를 봐왔는가. 이성과 지성이 철철 넘쳐 흐르고 논리가 정연한 감독이 꼭 영화를 잘 만들라는 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똑똑한 감독의 영화가 흥행에서 매번 대박을 치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장윤현은 그점에서 남다른 측면이 있다. 그의 IQ와 영화적 성공은 대체로 비례해 왔다. 그의 대표작인 <접속>과 <텔 미 썸딩>이 그랬다. 메가폰을 잡는 대신 제작자, 곧 프로듀서로서 만든 <와일드 카드>같은 영화가 그랬다. 그는 한국영화의 중추신경 같은 존재였다.
장윤현 감독
그렇다고 그가 매번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도 꽤나 '처참한'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전작인 <썸>에서 그랬다. 그때 그는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돈 수십억원을 날렸다. 그는 그 영화에서 현대인들의 디지털 코드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 얘기가 다소 우왕좌왕했다. 앞으로 1보 나아가는 영화를 만들려다가 뒤로 2보 물러선 격이 됐다. 이번 영화 <황진이>는 그 실패를 와신상담, 3년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그래서 가슴 속에 팍, 눌린 게 많은 것처럼 보였다. 가뜩이나 이번 영화는 100억원짜리 영화다. 이번 영화는 실패하면 안된다. 또 한번의 실패는 그에게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개봉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음..그래서 요즘 신경이 바짝 서있다." - 사람들 반응은 체크해 봤나? "다양한 것 같다. 좋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있고.." - 되는 영화들은 그렇게 호오가 엇갈리는 법이다. 스펙트럼이 넓다.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사연이 있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웃음)" - 그건 이 영화가 러브스토리여서 그렇다. 당신이 말하는 '사연'이란 사랑이나 연애에 대한 감정의 경험 같은 것일 거다.
장윤현 감독
"맞다. 이 영화는 일종의 러브스토리다. 그건 당신이 잘봤다. 황진이하면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 예술적 인생을 살아간 여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아마도 얼마 전 했던 TV드라마 영향도 큰 것 같다. 난 그보다, 한편으로는 신분의 벽에 여전히 갇혀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걸 뛰어 넘으며 노비와의 사랑을 이어갔던 한 기구한 여인의 일생을 그리고 싶었다." 장윤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황진이를 둘러싼 수많은 역사적 에피소드 가운데서 유독 '놈이'라는 이름의 노비와 나눈 러브 로망에 초점을 맞췄다. 벽계수와의 에피소드라든가 서화담과 지적으로 나눈 사랑의 이야기 등등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야사적' 에피소드를 과감하게 축소시킨 건 그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황진이'는 한마디로 신파 러브 스토리에 가까운 작품이고, 그래서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싫다는 사람도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영화는 매우 진부하고 '장르적이지만' 대중상업영화를 지향하는 작품으로는 그게 맞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래서, 장윤현 감독이 역시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 난, 유지태가 맡은 '놈이'가 결국 관아에 투옥된 후 처형 하루 전날 황진이와 옥사 문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정을 나누는 장면이 좋더라. 다 알면서도, 늘 봐 온 장면이면서도 '울컥하게' 한다. "원래 홍석중 선생의 소설은 그 장면을 좀더 버라이어티하게 묘사하고 있다. 옥문을 사이에 두고 놈이와 황진이가 혼례를 치른다. 마치 모든 것을 승화시킨 축제의 장면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소설의 장면을 그대로 영화로 옮기면 오히려 '영화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인물간의 대화로만 압축시켰다. 그렇게 얘기를 각색하면서, 시나리오를 직접 쓰면서 나 역시 마음 속이 짠,했다. 다 찍고 보니까 내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나리오를 쓰면서 스스로 웃고, 울고 그러나 보다.(웃음)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영화가 되지 않는다. 감독들이라면 흔히들 그럴 것이다." - 난, 두 사람의 섹스가 나왔으면 했다. "그거, 엉뚱한 얘긴데?.." - 황진이는 '놈이'를 두고 갈등한다. 자신이 기생이 된 건, 놈이가 사람들에게 그녀의 출생의 비밀(사실은 몸종의 자식이라는 것)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황진이는 그를 증오하면서 동시에 뼛속 깊이 원한다. 그 애증의 실체를 그대로 전달하는 방법은 바로 섹스다!
황진이 ⓒ프레시안무비
"오호.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나도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웃음) 하지만 자칫 그렇게 되면 영화가 황진이라는 인물에서 지나치게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황진이의 사랑얘기를 하려는 것이지만 그래도 중심은 황진이여야 했다. 그 균형이 중요했다." - 당신에게 황진이가 뭔가. 왜 장윤현이라는 모던한 감성의 감독이 조선시대로 돌아가려고 한 것인가? "언제부턴가 우리는 뾰죽한 답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다 뒤엉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로 살아가야 하는지, 다 잃어버렸다. 그런 우리들을 재생시킬 수 있는 것, 다시 한번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황진이와 놈이가 했던 것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야말로 시대의 금기를 뛰어넘는 자유의지다. 그것이 없으면 결국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황진이가 했던 것처럼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현실문제에 눈을 뜬 감독이면 감독일수록 자꾸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갑자기 1950년대 얘기를 그린 <파 프롬 헤븐>이 그랬고, 리들리 스콧이 심지어 1100년대 십자군 전쟁의 얘기를 그린 <킹덤 오브 헤븐>을 만든 것도 그랬다. 많은 감독들이 지금 여기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과거의 역사속 인물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답을 얻으려 한다. 수백년, 수십년동안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문제들이 여전히 꼬이고 꼬인 상태로 있다면 그것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가 시작된 옛날로 돌아가자는 식이다. 황진이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장윤현도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너무 어렵게, 복잡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편하게 <황진이>를 봐달라." - 그래도 약간은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예컨대 밀로스 포먼은 <위험한 관계>를 만들면서 여인들의 코르셋을 통해 중세의 숨막히는 시대상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의 의상은 화려하지만, 컨셉과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그건 의상 하나만 가지고 봐서 그럴 수도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조형미를 잘 탐구해서 봐주시기 바란다. 의상, 세트, 소도구, 조명 등등. 흔히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면 거기에 딱 부합하는 영화가 이번 작품이 아닌가 싶다." - 사람들은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송혜교를 좀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유지태 역이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윤현 감독
"맞다. 송혜교는 촬영 초반 정도부터 이미 손을 놨을 정도였다. 그만큼 연기가 착착 붙었다.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지태가 맡은 놈이라는 역은 꽤나 복합적이고 이중적이고, 동시에 평면적이면서 앞에 나서기 보다는 뒤에 숨어야 하는 캐릭터다. 유지태에게는 쉽지 않은 게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난 그가 고맙다. 균형을 잘 맞춰줬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연기에 전혀 불만이 없다. 올바르고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 장면을 금강산에서 찍었다. 북한 작가의 원작을 만든 것이기도 하고. 남북한 영화계가 좀더 밀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건가? "그렇다,라고 얘기하면 나도 정말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금강산에서 시사회까지 했지만 여기처럼 북한 대중관객들이 자유롭게 시사회를 참석하고, 그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럴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고, 이 영화가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흥행 예감은? "그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당신이 더 잘 알지 않겠는가."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판치는 시즌이다. 엄혹한 계절이다. 우리 모두 예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 "잘 될 것이다.아니 잘됐으면 좋겠다. 잘되지 않으면 안된다. 사랑에 목마르신 분들, 이 세상을 구원할 방법은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부디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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