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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권언유착 익명공개'에 <한겨레>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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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靑 '권언유착 익명공개'에 <한겨레> "비겁하다"

"청와대 진상 공개해야"…일간지들은 일제히 '침묵'

청와대가 기자실 통폐합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의 정당성을 항변하는 과정에서 권언유착 사례를 익명으로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한 고위공직자가 한 언론사 데스크로부터 해당 언론사가 추진 중인 수익사업이 기관의 규제에 걸려 있으니 풀어달라는 민원을 받고 이를 처리해줬다", "한 공기업이 특정언론사의 비판 기사를 수억 원대의 광고와 협찬으로 막았다"는 등의 내용을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하자, <한겨레>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실제 그런 문제가 있다면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 홍보에 이용할 게 아니라 실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비판하고 나선 것.
  
  또 이같은 권언유착 사례에 대해 일간지 중에선 <한겨레>만이 유일하게 보도해,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대해 연일 지면을 도배하던 신문들의 '침묵'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출입처 제도 때문에 유착과 공생관계 생겨"
  
  청와대는 지난 1일 <청와대브리핑>에 '서로가 민망한 구습의 잔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3건의 '권언유착' 사례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정부부처 출입기자들이 해외 '관련시설' 시찰을 명분으로 5일간 외유 일정을 짜면서 ○○ 공기업이 1명당 수백만원의 경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일정을 관광으로 채웠다가 파문이 일자 외유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A 씨가 지난해 출입기자의 데스크로부터 간곡한 민원을 받았다. 해당 언론사가 추진 중인 수익사업이 기관의 규제에 걸려 있다며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자사의 수익 및 경영에 직결되는 중요한 내용이니 꼭 도와달라는 요지였다. A 씨는 이 민원을 처리해주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한 언론사가 비판 특집기사를 준비하자 방만경영 비판을 자주받는 ○○ 공기업은 광고 ○억 원, 협찬 ○천만 원을 약속하고 문제의 보도를 막았다. 또다른 언론사와 또다른 사안으로 부딪치자 물밑 협상을 통해 ○억○천만 원의 광고를 집행해 보도가 안 나갔다"고 공개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이같은 유착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부처별 출입시스템이 남아 있는 한 공무원이나 기자 모두 이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출입처를 통해 맺어진 편한 관계는 때로 편법이나 비정상적 일처리로 연결되곤 했다"고 출입처 제도 탓으로 돌렸다.
  
  <한겨레> "청와대 실상 밝혀야"
  
  <한겨레>는 4일 "청와대는 권억유착 진상 밝혀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은 사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청와대의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한겨레>는 "청와대는 '고위공직자가 언론사 청탁으로 민원을 해결해줬다'고 밝히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법·탈법 요소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며 "만약 불법·탈법이 저질러졌다면 법에 따른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또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비판기사와 광고를 맞바꾼 공기업 사례와 관련해 "광고로 입막음하려 한 해당 공기업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또 "청와대가 이번 사례를 취재기자들의 공무원 접근 제한 및 기자실 통폐합의 이유로 연결 짓는 것도 논리적 비약"이라고 밝혔다. 기자실을 없애도 이런 식의 잘못된 관행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정부와 언론 간 유착사례에 대해 청와대가 알면서도 이제까지 덮어둔 것은 비겁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문제제기했다.
  
  한편 지난 1일 밤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이 글에 대해 <한겨레>를 제외한 일간지들이 일제히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은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글 전문.
  
서로가 민망한 구습의 잔재
  
  이(異)문화 체험, 박물관 관광, 왕궁 관광, 사원 관광, 원주민 마을 관광…. 닷새 일정에, 취지에 맞는 방문시찰은 단 두 건. 나머지는 모두 관광. 1인당 소요경비 ○백만원은 ○○공기업 부담.
  
  최근 문제가 된 공기업 감사들의 외유 얘기가 아닙니다. 모 부처 출입기자단이 해외 '관련시설'을 둘러본다며 출국을 하려다 사전에 안팎에서 문제가 돼 불발에 그친 외유일정입니다. 아마 비용을 부담한 그 부처 산하의 공기업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기자들과 일정기간 숙식을 함께 하면서 맺은 '관계'는 상당한 홍보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일종의 거래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 A씨는 지난 해 출입기자의 데스크로부터 간곡한 민원을 받았습니다. 해당 언론사가 추진 중인 수익사업이 기관의 규제에 걸려 있다며 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사 수익 및 경영에 직결되는 중요한 내용이니 꼭 도와달라는 요지였습니다. A씨는 이 민원을 처리해주었습니다.
  
  '방만경영' 비판을 자주 받는 ○○공기업은 모 언론사가 비판특집 기사를 준비하자 해당 언론사와 갈등을 겪다가 결국 광고 ○억원, 협찬 ○천만원을 약속하고 나서야 문제의 보도를 막았던 일을 경험했습니다. 또 다른 언론사와는 또 다른 사안으로 부딪히다 물밑협상을 통해 ○억○천만원의 광고를 집행해 관련보도가 안 나갔던 일이 있습니다. 결국 개선이 필요한 경영상의 문제가 공론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되고 만 것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줄어들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작은 문제'라고 보기에는 그 빈도가 아직은 꽤 되는 편입니다. 90년대 자정운동 이후 언론계 청렴 풍토는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2003년 이후, 정부가 언론과의 유착해소를 강조하면서 더욱 맑아졌습니다. 하지만 과거 잔재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진 않습니다.
  
  참여정부 들어서 언론 관계에 관한 한 원칙대로 해 온다고 해왔지만 일선에서 벌어지는 이런 '탈선'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부처와 산하공기업에서 벌어진 일이고, 관련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들이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가담한 일이니 정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낡은 관행을 없애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고, 문제 사례가 발견되면 크고 작은 문책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이런 잘못된 관행이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았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관이나 담당자를 개별적으로 문책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어렵다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비록 일부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왜 아직도 이런 문제가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인지 생각해봤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제도적-공간적 특성이 과거관행을 유도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부처별 출입시스템이 남아 있는 한 공무원이나 기자 모두 이런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정된 기자들이 모이는 부처별 출입처 제도와 출입기자 전통은 서로를 긴장관계, 원칙관계로 가져가기 보다는 좋은 게 좋고, 편한 게 편한 관계로 가게 합니다.
  
  출입처를 통해 맺어진 편한 관계는 때로 편법이나 비정상적 일처리로 연결되곤 했습니다.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할 자리를 편법과 거래가 파고드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하나 둘 더해져 유착과 공생의 관계가 되는 것이겠지요. 정부나 공공기관은 긴장이 느슨해지면서 이런 잘못된 관행을 적당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공무원 입장에선 그런 관계가 편할 수도 있습니다. 언론과 잘 지내면 도움 받을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이번에 기자실 개혁 문제를 꺼낸 이유 중에는 우리 언론의 보도가 출입처 단위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높은 수준으로 한 단계 나아졌으면 하는 기대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권언유착의 시절로 다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이나 기자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의 편중된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럴 소지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법이 소수의 위법자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선량한 다중이 지켜야 할 위법사례 가이드라인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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