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11일 TV 연설에서 오는 4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대선이 끝난 뒤, 정치에 입문한 지 45년 만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는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한 뒤 총리와 파리 시장을 거쳐 1995년 대통령에 첫 당선됐고 2002년 재선에 성공했다.
시라크가 3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었으나 불출마 공표 시기를 늦춘 것은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TV 연설에서 "여러분이 부여한 임기의 말기인 지금, 다른 방식으로 여러분에 봉사할 때가 오고 있다. 새로운 임기를 수행할 것인지 여부를 여러분에 묻지 않겠다"며 3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시라크는 "정의와 진보, 평화, 프랑스의 위대함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만큼 내가 사랑하는 위대한 프랑스를 위한 봉사를 한시도 멈추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시라크는 국제 무대에서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며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했고, 국제 현안에서 프랑스의 주도적 역할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벌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그러나 국내 문제에서는 의미 있는 개혁을 도입하지 못했고,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에서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높은 실업률과 대도시 교외 슬럼가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날 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와 중도파 대선 주자 프랑수아 바이루 등은 시라크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지만, 사회당 소속의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는 시라크 재임 기간 프랑스에 시간 낭비가 있었다고 비판하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시라크의 퇴진으로 프랑스 정치는 본격적인 세대 교체를 이루게 됐다.
3대 유력 주자인 중도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제3주자인 바이루 모두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50대 나이의 전후 세대이고 이들 모두 과거 정치와의 단절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시라크 대통령은 예상대로 자신이 대선 주자 중 누구를 지지할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선거와 관련해 개인적인 선택을 밝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라크는 사르코지를 재무장관과 내무장관으로 기용하긴 했지만, 사르코지와의 정책 차이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다만 유권자들에게 극단주의,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극단주의는 독(毒)이며 나라를 분열시키고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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