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 여성계의 화두는 빈곤의 여성화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은 늘 비정규 고용, 보조 노동, 열악한 임금으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마저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여성이 가구주인 가족의 상당수가 곧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에도 빈곤이 여전히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여성이기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는 차별의 경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기회나 승진기회에 있어서 여성 차별이 제도적으로나 의식세계에서 개선되지 않는 한, 빈곤의 문제는 21세기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위험이고 실존적 환경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여성 빈곤문제에 대해 실감하지 못할 수 있다. 여성의 도약과 여성의 파워, 그야말로 여성 상위시대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사 이래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였고, 대통령 후보로 의미심장하게 여성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경영과 마케팅에서는 위미노믹스(womanomics)나 위미니지먼트(womanagement) 등 여성과 결합된 전략들이 중요해졌고, 안방극장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돋보이는 드라마들이 높은 자리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으며,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권력을 확보하고 행사할 것이라고 관측된다.
여성을 둘러싼 두 가지 상반된 진실
이처럼 여성들에게는 두 가지 상반되는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다. 여성은 빈곤의 절대 다수를 점하면서,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이러한 진술에는 한 가지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차이란, 여성의 빈곤은 실재하나 여성의 리더십은 아직 가치와 지향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여성의 리더십이 부각되고는 있으나 유능한 여성들이 늘 합당한 리더의 자리에 등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요즈음 시험성적으로 자격을 매기는 곳은 어디에서나 여성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관문을 통과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리더십 이론에서 '리더십 파이프라인'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조직에서 역할층위에 따라 필요로 하는 리더십 역량이 달라지므로 단계마다 체계적으로 리더십을 훈련하고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일종의 인력개발 설계를 말한다. 기업들과 공공기관에서 우수한 여성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리더십 파이프라인에도 동등하게 참여시키는, 너무나 합리적인 경영은 아직은 남의 나라의 일이다.
여성에게 리더의 지위를 부여하는 데 인색하고 역할이 애매하기는 정치 영역이 더 하다. 정부와 정당 가릴 것 없이 여성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국회의원 추천에 할당제를 적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부정과 부패, 무능을 이유로 국민의 외면과 비판에 부딪칠 때면 어김없이 여성 인사를 리더의 자리에 발탁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여성들의 깨끗한 도덕성이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발탁한 것 자체만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고, 해당 인사의 훌륭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투수들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인색하다. '부드러움은 합격, 강인함은 미지수!'
지구화시대의 다양성은 국가의 경쟁력에도 적용된다. 경쟁력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성별화된 규칙이 변해야 한다. '리더=남성'이라는 공식은 반드시 수비해야 할 철칙이 아니다. 여성 리더들을 구색 맞추기 용으로 혹은 구원투수나 깜짝 선발투수로 기용하는 것으로 여성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고 호도하는 것은 이제 그 유효기간이 끝났다. 조직과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지름길은 뛰어난 여성 인재들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열린 기회를 제공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탁월한 리더십을 갖추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과 자원을 허용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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