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가 <기자협회보>에 실린 회원들의 글로 인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발단은 기자협회보 9월3일자(1203호)에 2면 상단에 무기명으로 실려 ‘사설’ 역할을 해 온 ‘우리들의 소리’에 ‘2003년 한국 기자들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제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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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사설, 방송사 미디어비평 혹평**
이 사설은 방송사의 미디어 프로그램이 신문, 그중에서도 '조중동' 3사 등 보수언론을 적대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역설하고 특히 "방송사들의 종이신문 비판은 집요하고 끈질기다"고 표현했다.
이 사설은 언론의 상호비평에 대해 “한국 언론은 이미 비판의 금도를 넘어 원색적인 비난과 일방적인 비방, 그리고 폄하의 과잉으로 치닫고 있다. 치졸한 자사 이기주의, 권력 유착을 통한 영향력 확대 등 불순한 의도가 틈입한 결과”라며 "언론계의 상호 비방전은 언론계 안팎에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설은 또 "언론사들 간의 비방전이 가열되면 될수록 국민의 언론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종국에는 언론종사자들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언론계 스스로 제 얼굴에 침 뱉기식의 낯 뜨거운 싸움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현 언론계의 상황에 대해서도 "세계 언론단체에서 한국 언론 상황을 우려하는 성명서를 내도 제3자처럼 태연자약한 게 한국 언론계"라며 "이런 상황이니 언론계 출신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입신 출세를 위해 후배 기자들을 매도하는 참담한 일까지 벌어진다“며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의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기고문 파문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의 ‘우리들의 소리’는 기자협회보 편집위원인 조선일보 모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기자협회 왜 이러나"**
이 글이 기자협회보에 실리자 비판대상이 된 공중파 방송의 반응은 '기자협회 왜 이러나'는 것이다.
공중파방송의 미디어프로를 담당하고 있는 한 기자는 “이런 발언이나 반응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한번도 검증이나 비판을 받지 못한 언론인들이 비판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앞으로는 비판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성숙한 자세를 갖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다른 방송국의 미디어 담당기자는 “누가 한국 언론을 비판하고 지적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느냐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반문하고 “사설에 나온 ‘집요하게 씹는다’는 표현에 웃음이 났을 뿐”이라며 일축했다.
한 미디어 담당기자는 "기자협회가 최근 노조에 대한 시각이 편향된 기사에 '이달의 기자상'을 주는 등 물의를 빚더니 '사고'를 냈다"며 "원래 기자협회가 이런의 단체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기자협회 맹공**
한편 조일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9일 발행된 기자협회보에 '우리의 주장 유감'이란 글을 통해 3일자 ‘우리의 주장’이 언론비평에 대한 뒤틀린 현실인식과 부적절한 논리전개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조 기자는 3일자 ‘우리의 주장’이 “검증되지 않은 명제를 사실인 듯 전제한 뒤 가정법에 기초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일반화하는 곡필형 논리구조"라며 "진정 낯 뜨거운 것은 비판을 두려워하기는 커녕 비방으로 폄하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기득권과 편견의 성채에 갇힌 언론권력의 오만함”이라고 지적했다.
조 기자는 기자협회 편집진에게도 "과연 이 글이 전체 기자사회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이 글이 "현재 언론 상황에 대한 기자협회 또는 기자협회보의 공식 입장이냐”고 반문했다.
한 중견기자는 최근 들어 기자협회가 자주 구설수에 오르는 것에 대해 "기자협회 지도부가 언론계 내부에서 너무나 정치적인 행보를 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기자협회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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