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발표한 '영화진흥위원회가 극장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에 대해 21일 영진위가 '사실무근'이라는 요지의 반박 보도자료를 내는 등 극장료에 대한 문제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영진위는 실제로 극장료 인상을 현행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을 검토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심재철 의원은 왜 그 같은 주장을 하게 됐는가. 극장료 인상은 필요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극장료 문제를 점검한다. – 편집자 |
"극장료 인상은 영화산업의 수익성 개선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에 속한다. 모든 일에 있어 가장 쉬운 방법은 가장 나중에 쓰는 카드가 된다. 따라서 극장료 인상을 검토하는 건 다소 시기상조라고 본다. 빠르면 내년 정도부터 생각해 볼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김혜준 사무국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진위의 극장료 인상 방침에 대해 "사실이 왜곡된 것"이며 "영화계 현안을 푸는 해법의 ABC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극장료 인상은 철저하게 극장들이 주체가 되는 문제이지 영진위 같은 공적 기관이 이래라 저래라 강제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금처럼 극장료 문제가 왈가왈부 말이 많아지는 것 자체가 요금 인상을 부채질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영화발전기금이 바로 논란의 핵심 극장료 인상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사실과 오해' 논쟁이 만들어진 직접적인 계기는 영진위가 국회에 제출한 정책보고서때문. 보고서에서는 수익성 개선의 한 방법에 있어 요금이 인상될 경우,라는 가정법하에서 언급한 것이 국회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확대재생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장료를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는 영화계 안팎에서 조금씩 흘러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는 7월1일부터 조성될 영화발전기금때문이다. 이 발전기금은 극장 요금 7,000원 가운데 3%에 해당하는 204원을 적립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204원은 극장과 영화제작업계(투자,배급,제작사)과 5:5, 곧 각각 102원씩 분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럴 경우 양측 모두 이 204원을 어디서 충당할 것이며 따라서 일부에서는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204원은 표 1장당으로 봤을 때는 적은 액수로 보이지만 백만 관객을 모은 영화일 경우 2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된다. 개봉 2주만에 5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스파이더맨3>의 경우 극장과 배급사인 소니릴리징브에나비스타 코리아가 내게 될 영화발전기금은 12억원이 된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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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계나 극장 측 모두 김혜준 사무국장의 얘기대로 요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극장 측은 극장 측대로 영화산업발전기금으로 내야 할 비용에 대한 부담을 현행 카드할인 제도를 완전히 폐지함으로써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극장들은 그동안 SKT나 KT 등 이동통신사의 할인카드를 소유한 관객들에게 요금을 깎아줘 왔으며 할인해 준 금액의 일부를 추후 통신사로부터 환급받는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 할인카드 제도는 지난 해부터 일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서서히 폐지돼 왔으며 이 시스템을 없애면 발전기금에 따른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은 요금을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극장 측의 입장인 셈. 이 같은 분위기는 영화계, 곧 투자자나 배급업자,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이들은 현재 영화산업 내부의 수익성을 안정화 시키는 방법의 우선순위가 ▲제작비를 하향평준화시키고 ▲부가판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불법다운로드의 강력한 단속 등이 되어야지 요금인상부터 서두르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 요금 인상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인 관객을 오히려 극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은 언젠가 이루어져야 할, 불가피한 일로 바라보고 있는 시선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제작비 대비 수익을 내는 구조가 지금의 7,000원 구조에서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000원 가운데 영화계가 가져가는 돈이 평균 3,000원으로 할 때 100만 관객이 들면 30억, 200만 관객이 들면 60억원의 돈이 된다. 하지만 최근 영화 한편당 제작비가 45억~5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 영화마다 150만 관객이 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만약 요금이 8,000천원이고 이중에서 4,000원을 가져갈 수 있다면 극장을 통해 환수되는 비용은 100만 관객일 경우 40억원 선이어서 45억원짜리 영화의 경우 110만 관객 정도가 손익분기점이 된다. 손익분기점이 낮으면 낮을수록 투자 환경은 그만큼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극장료 인상에 대한 욕구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공유돼 왔던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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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요금 인상을 생산자 입장에서만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것. 소비자 입장으로 볼 때 영화 한편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지면 결국 연간 영화를 보는 편수를 줄일 가능성이 있어 요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모든 가격의 인상은 상품 질의 개선이 전제돼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우수한 영화를 먼저 많이 만들어 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요금인상과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극장과 영화계가 나누어 갖는 수익배분 방식, 곧 부율도 현재의 5:5(한국영화의 경우 투자자와 배급업자, 제작자가 5를 갖고 극장이 나머지 5를 갖는다), 6:4(외국영화의 경우 외화 수입사가 6, 극장이 4를 갖는다.)에서 다른 방식으로의 조율이 이루어져야 하고 요금 가격도 일률적으로 7,000원 8,000원 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 시간에 따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극장요금이 현행 7.000원이 된 것은 2000년 무렵. 7년이 지난 지금 또 한번 요금인상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요금을 인상하기 전에 요금인상이라는 조치가 현재 크게 위축된 산업구조를 재생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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