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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안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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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안보는 이유

[오동진의 영화갤러리]

맨날 만날 때마다 언제 식사 한번 하자는 말은 하지만 수년동안 그게 항상 말뿐이 되는 관계가 있다. 마음은 있는데 늘 상황이 여의치 못한 것이다. 할리우드 직배사 '소니픽쳐스 릴리징 브에나비스타 코리아(회사 이름이 이렇게 길리 없다고? 하지만 소니와 디즈니 국내지사가 몸을 합치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의 박운서 상무 같은 이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얼마 전 박 상무와 역시 만나서 식사는 결국 못하고, 오랜만에 전화통화만 나눴다. 뭣 때문이겠는가? 당근 <스파이더맨3> 때문이다. 개봉 6일만에 전국 816개 스크린에서 257만 관객을 모으기 직전이었다. "오우, 엄청나네요? 주말 넘어가면 한 200만 될까요?"하자 전화기 너머로 특유의 조심스런 말투가 전해져 왔다. "그..럴 것 같긴 하네요." "그럼 예상기사로 관계자 말을 인용해서 200만 넘을 듯,이라고 써도 되겠네요?" "음..근데 그 앞에 붙여주세요. 그 관계자가 아주 조심스럽게 예상했다고요. 조심스럽게,란 말 꼭 쓰세요." 결과적으로 박 상무는 나를 속인 셈이 됐다. 조심스럽게는 무슨 얼어죽을 조심스럽게인가. 주말이 지나면서 <스파이더맨3>는 단박에 200만을 넘겨 버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캐러비안의 해적3>가 개봉되는 24일까지 500~600만 관객을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운서 상무는 그럼 또 그러지 않을까 싶다. '조심스럽게'란 말 쓰라고 말이다.
스파이더맨3 ⓒ프레시안무비

어쨌든 난 <스파이더맨3>를 아직 보지 않았다. 시사회를 오라는 소리도 없었고(이런 영화는 나 같은 사람까지 시사회를 챙기지는 않는다. 볼려면 보고 싫으면 말아라인데, 특히 브에나비스타로부터는 2001년인가 2002년에 <진주만>으로 사이가 틀어진 이후 시사회에 오라는 얘기를 단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런 걸 보면 브에나비스타는 참으로 막강하고 센 회사라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수백만의 관객들이 몰려 가는데 성급하게 나까지 한표 더 얹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1, 2편에서 다 한 얘기, 3편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포스터만 봐도 다소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운서 상무가 이 소리를 들으면 엄청 섭섭해 하겠지만 나 한 사람 정도 삐딱선을 탄다 한들 이 영화의 대박 흥행에는 전혀 차질이 없을 것이다. 지난 주에는 <스파이더맨3>말고도 챙길 영화가 너무 많았다. 이성강 감독의 <살결>과 박흥식 감독의 <경의선>, 그리고 김동현 감독의 <상어>, 이렇게 세편이다. 모두들 스크린수가 거의 없는 영화다. <살결> 때문에 두어번 만난 이성강 감독은 그러나, 그런 점에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우, 영화 좋던데요? 데이빗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에 파트리스 셰로의 <인티머시>를 합한 것 같았어요. 근데 스크린 수가 몇 개라구요?" "전국 세갠가 네갠가?(갸우뚱, 허허)" "오우..어쩌나.." "아휴 개봉하는 게 어딘데요."
살결 ⓒ프레시안무비

<상어>나 <경의선>도 저예산이지만 <살결>은 1억천만 원짜리 초초초저예산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살결>은, 영화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영화 때문에 한국영화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휴우, 근데 어떻게 하면 <살결>이 상영되는 중앙극장과 미로스페이스, 부산 서면CGV에 관객들을 몰려가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얘긴 어떨까? 영화 초반부에 무려 7분간 격렬한 섹스신이 이어진다고. 영화를 옹호하는 방식이 너무 천박하다고?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기만 한다면야 뭐가 어떻겠는가.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277호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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