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코스 설명과 클럽 운반 등으로 경기진행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훼손된 잔디 보수, 코스 청소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기보조원은 그간 전국적으로 37~42세의 조기정년으로 강제 퇴직당해 논란이 돼 왔다. 42세가 되는 생일날 회사로 부터 해고통보를 받는 것이다. (☞ 관련기사 보기 : "5년 더 일하게 해주겠다더니 42세에 나가라고?")
이들이 지난 2005년 인권위에 낸 차별시정 진정과 관련해 인권위는 16일 "자율수칙이라는 명목으로 경기보조원의 정년을 42세로 정하고 신체조건과 업무 능력에 관계없이 그 연령에 이른 경기보조원을 자동퇴사하도록 하는 것은 나이를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인권위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는 경기보조원은 골프장의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가동을 위한 필수적인 존재로서 인적, 경제적 종속성이 상당해 해당 컨트리클럽과 피해자들의 관계를 고용 관계로 볼 수 있다"며 "이에 피진정인에게 차별시정 의무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가 업체에 관계없이 '조기정년'으로 해고되던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의 문제 해결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인권위가 경기보조원의 고용 종속성 즉, 노동자성을 인정함에 따라 현재 노동부가 준비하고 있는 특수고용 보호방안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판단 없이 일률적 나이 제한은 차별"
인권위는 지난 1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경기보조원이 42세가 되면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어떤 특성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없고 개인별로 업무수행 능력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워 일률적으로 나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만약 (컨트리클럽의 주장대로) 경기보조원의 업무수행에 있어 일정한 체력과 능력이 요구된다면 그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평가절차를 두는 것이 합리적 방식"이라며 해당 컨트리클럽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인권위는 "같은 업체의 다른 정규직 조합원의 정년은 55세로 하면서 유독 경기보조원에 대해서만 42세로 정하고 있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정년이 55~60세임에도 특별한 사정 없이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지 못하는 42세 정년을 경기보조원에 적용하는 것은 나이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캐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지만 고용관계로 볼 수 있다"
인권위가 이 사건의 진정을 접수한 것은 지난 2005년 7월이다. 이에 대한 판단이 이토록 오래 걸린 것은 경기보조원이 일반적인 고용관계가 아닌 고용-피고용 관계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이었다.
오랜 고심 끝에 인권위는 이날 "차별시정 의무가 피진정인, 즉 컨트리클럽측에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경기보조원과 컨트리클럽이 고용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들과의 고용관계를 부정하던 골프장측은 그간 이같은 '조기정년'이 경기보조원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자치규약과 이를 바탕으로 노사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 회사가 강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인권위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자동퇴사 연령을 다른 조합원의 정년과 같은 55세로 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피진정인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므로 경기보조원의 자동퇴사 연령은 자율적 의사에 의해 규정된다기보다 근본적으로 피진정인에 의해 규율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노사합의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통념에 위반되는 경우까지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수고용직 문제 해결 계기돼야"
이날 인권위의 권고가 나오자 해당 노조와 경기보조원들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이영화 조직국장은 "인권위의 권고를 계기로 나이만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당하는 골프장의 관행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더 분명해 졌다"며 "오랜만의 속시원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영화 국장은 "더불어 이번 권고는 특수고용직 보호법안을 발의만 해 놓고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는 국회와 특고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모호하게 넘어가려는 노동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이번 판정을 수용할 것을 적극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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