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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끝? 왜? 할 말 더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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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끝? 왜? 할 말 더 많은데…"

배우 김부선 씨의 '80년대' 그리고 지금

영화 <애마부인3>로 '에로배우'라는 딱지를 달았고, 그 뒤엔 '미혼모'에 '대마초 전과'까지…. 사람들이 음흉하게 혹은 삐딱하게 볼 만한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61년 소띠 배우 김부선(47) 씨. 그녀가 15일 밤 10시50분 방송되는 EBS '시대의 초상'에서 딱 한 가지, 딸 얘기만 빼고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1980년 스무 살의 나이에 169cm의 훤칠한 키로 패션계의 샛별로 주목받다가 1983년 영화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로 데뷔해 1985년 <애마부인3>의 주인공으로…. 화려한 듯 보이지만 그녀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0대에 80년대를 보낸 모두처럼 그녀에게도 '전두환 정권'으로 표상되던 '80년대'가 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20대, 80년대였다.

'전두환 파티' 거절한 뒤 곧바로 대마초 처벌
▲ 김부선 씨. ⓒEBS

1980년 5월 거리의 시위를 보며 "너무 멋지다"라고 생각해 CF촬영 약속도 잊고 구경했다는 김부선 씨. <애마부인3>로 널리 알려진 뒤 1986년 <토요일은 밤이 없다>라는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작은 '거지 파트라.' 각광받던 무용수가 산업화시대에 몰락해 스트립걸이 되고 사람들이 "무슨 '클레오파트라'냐, '거지 파트라'지"라고 비아냥거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목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애마부인3>의 출연료로 300만 원을 받아 의상비와 기자들 '촌지' 돌리고 나니 빚이 700만 원이었다는 김부선 씨. 86년 어떤 감독을 통해 '전두환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김 씨는 자존심 때문에 거절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기소된다.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거절의 보복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

스물여덟에 '제주 4.3 사건 당시 첫 남편과 아들 둘을 잃었다'는 어머니의 고백을 들은 제주도 출신 김부선 씨. 그는 스물일곱에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 아버지가 아이를 데려가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김 씨는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1989년 검사를 찾아갔다. 김 씨는 아이를 빼앗긴 사연을 담은 '정의의 칼을 든 검사님께'라는 제목의 4장짜리 글을 검사에게 줬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는 제목만 보고서 "어이, 칼 좀 들고와봐. 니뽄도"라며 압수해 보관하던 칼 한 자루를 수사관으로부터 건네받아 테이블에 앉더니, "어이, 김부선이 '정의의 칼' 들었어. 그래 어떻게 해줄까?"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김 씨는 아기를 찾아달라고 검찰청에 갔다가 또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이번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너도 나도 차라리 검은 눈의 백치 아다다였다면"

구속된 김 씨에게 감옥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준 '학교'였다. 감옥에서 '운동권' 여대생을 만났다. 그 여대생에게 "왜 감옥에 왔냐?"고 물었더니, 그 여대생은 "농민들이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어깨에다 곡괭이 들고 힘든 걸 그렸더니 빨갱이라고 수배돼 잡혀왔다"고 답했다. 김 씨는 여대생에게 노래를 한 곡 시켰다고 한다. 그 여대생은 '백치 아다다'를 불렀다. 김 씨는 "노래 한 곡 하라니깐 '검은 눈의 아다다여' 하는데 너무 미안하고 너무 부끄럽더라. 저들은 조국을 위해서 싸우는데. 그 친구도 이 사회의 부조리를 몰랐으면 여기를 안 왔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백치 아다다'는 김 씨의 '18번'이 됐다.

김 씨는 그래서 "도와주마. 너희들 어려운 일 있음 꼭 연락하라"고 약속했다. 출소 후 그 여대생이 다시 수배됐을 때 김 씨는 그녀를 숨겨줬다고 한다. 김 씨는 "연탄 때는 집"이라며 부끄러워 했지만, 그 여대생은 오히려 "이렇게 따뜻하고 편안한 집에 더 오래 있고 싶어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마약의 3대 조건이 '중독성', '내성', '의존성'인데 대마초는 술, 담배의 니코틴, 커피의 카페인보다 중독성, 내성 의존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12개 주, 덴마크, 포르투갈, 룩셈부르크는 대마초 흡연이 범죄가 아니고,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에서는 단순 흡연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한다.

김 씨는 2004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또 구속됐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현행 대마초 관련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대마초를 비범죄화하거나 의료용 대마초는 허가해야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

"내 인생? 초여름이야. 계속 산들바람 부는 초여름이었으면 좋겠어"

김 씨는 가수 신해철 씨를 몇 개월 동안 설득했고, 전인권 씨를 설득하기 위해 팬카페에 가입해 콘서트장에 가고 편지 쓰고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지원사격 해줘요. 나 총알받이 할께. 나 피 좀 흘릴게"라며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인기 떨어진다'며 싸늘한 반응. 2005년 법원에서도 대마초에 관한 처벌 법률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김 씨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지금은 '초여름'"이라고 한다. "항상 찬바람 불던 겨울은 갔고 내 인생에 이제 더위도 올 텐데, 초여름 산들바람 부는 데까지만 내 인생이면 좋겠다"고 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제작진이 김 씨에게 박수를 쳤다. 이에 김부선 씨 하는 말. "끝? 왜? 더 할 거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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